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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2 13:59

편집자의 권력 생각 나눔

간만에 연구관련 포스트를 쓴다.

책은 출판되기까지 여러사람의 손을 거친다. 100퍼센트 자가 출판이 아닌 이상, 책은 출판사 편집자가 만든다. 그리고 출판사와 계약된 유통회사를 통해 책은 서점에 진열된다. 결국 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저자가 아무리 자신의 글을 지면에 싣고 싶다고 해도 출판사라는 문을 거치지 않으면 그 글은 빛을 볼 수 없다. 

작년에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국내에 번역출판한 출판사가 한 대중가수 노래말의 작품해석이 잘못되었다고 딴지를 걸었다. 사실 저자 본인이 타인의 해석에 왈가왈부하는 것도 충분히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궤를 달리하는 문제다. 요는 출판사가 마치 바른 해석의 수호자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출판사가 자사의 출판물에 어느정도의 권위를 부여해야 하는 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 만큼은 논의하기 수월한 편이다. 왜냐하면 해당 출판사는 이미 죽은지 몇십년이나 지난 작가의 작품을 번역출판했고, 이 작품을 쓰는 데 실질적으로 관여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판사는 해석주체에게 직접 뭐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편집자 개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이 다르게 해석되는 것에 대해 속상해할 수는 있어도. 

하지만, 순수 국내 창작물은 다르다. 서두에 써놓았듯이 모든 출판물은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로부터 시작한다. 편집자가 관여하지 않은 출판물은 없다. 설사 번역본이라도 그 번역의 질에 대해서 편집자가 어느정도 책임을 진다. 하물며 국내 작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교과서나 자기계발서는 편집자가 어느정도의 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가에게 이것저것 요구를 한다. 출판사가 기획한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작가가 스스로 쓴 작품이더라도 편집과정에서 편집자가 원고의 여러 부분들에 대해 질문이나 수정요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수정된 부분에 대해서 항상 작가의 동의를 얻는다. 

물론 문학은 예술작품이다. 뭔가 순수한 작가의 정신세계가 들어갈 것 같다. 하지만 문학도 엄연히 출판물이다. 출판사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다. 문학자는 그 자체로서 권위를 지니기 때문에 아마 편집자도 작품 자체에 대한 터치는 하지 않을것이다. 그럼에도 문학역시 상품이며 편집자와 작가 관계가 중요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면 출판사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특히 편집자의 권한이 많은 작품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올해 쓸 석사 논문은 이것에 관해 논하고 싶다. 이렇게 거대한 담론을 직접 건드릴 생각은 아니다. 수많은 출판물 중에서도 소설, 그 중에서도 상업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설 형태 중 하나인 라이트노벨을 건드리려고 한다. 라이트노벨은 지난 10년넘는 세월 동안 오타쿠 문화를 평론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해왔다. 라이트노벨로 문학성을 논하기 까지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과대평가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라이트노벨을 포함한 일본의 주간만화 잡지 등 소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여전히 현 대중문화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소재다. 

특히 이러한 상업적인 소설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작가 뒤에서 서포트와 심지어 콘트롤까지하는 편집자라는 존재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편집자는 일본 만화 후기 등에서 작가 마감 독촉이나 하는 존재로 우스꽝스럽게 그려질 때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 따라서 편집자가 작품의 전반을 기획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격문고의 편집장인 미키 카즈마의 경우에 라이트노벨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의 구성을 거의 담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미디어믹스 프로듀서로서도 이름을 올렸다. 본인도 실제로 작가를 길러내는 건 자기자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라이트노벨 편집에 관련한 책도 낼 정도다. 그러나 편집자의 이름이 표면에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고, <내여귀>역시 어디까지나 후시미 츠카사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럴경우 진(眞)창작자는 누구인가? 미묘하다.

일단은 실제 일본의 라이트노벨이 어떠한 집필과 편집과정을 거쳐서 나오게 되는지, 작가들과 편집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라이트노벨은 미디어믹스가 활발한데, 미디어믹스는 작가와 편집자들에게 어떠한 의미일까? 그들의 대답이 무작정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일단 이런 것들을 우선적으로 밝혀보고 싶다. 올해부터는 정말 열심히 교섭작업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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