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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30 13:46

모두의 저녁이 있는 삶 생각 나눔

일본 살면서 이따금 아내랑 나누는 이야기.

일본에 살다보면 대도시가 아닌 주택가에 위치한 상점들은 한국에서라면 생각할 수 없는 시간대에 문을 닫거나 한다. 빠른 상점들은 저녁 5시나 6시쯤, 대도시에 있는 카페라도 밤 10시정도면 거의 문을 닫는다. 이자카야같은 술집도 밤새도록 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심지어 사람 없이도 돌아가는 은행 ATM마저 저녁 6시정도 이후엔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아, 대학축제도 빼먹으면 섭섭하지. 일본대학축제는 저녁 6시면 종료하고 해산한다;(일일주점? 그런 거 못봣음;;) 소비자 입장에선 무척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 한국에선 심지어 여권민원마저 24시간 받아주는 곳도 있는데, 그런 건 일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이러한 서비스업들이 제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면 모두가 진정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화이트 컬러인 일반 회사 사람들이 야근을 안하는 이미지였다. 야근이 없다면? 친구들이랑 어딘가 놀러가거나 문화 생활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저녁을 내맘대로 즐기는 대신 다른 서비스 업 사람들이 자신들의 저녁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한국에 유달리 야근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밤늦게까지 서비스업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늦게까지 일해도/회식해도 돌아갈 버스가 있으니까, 근처에 사먹을 만한 곳도 있으니까, 늦게까지 사람을 잡아둬도 괜찮은 환경이 있으니까 더욱더 일은 많아진다. 대신 개인의 삶은 사라진다. 아니면 야근이 많아지니까 그에 맞춰 오래도록 하는 상점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

서비스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그렇다. 전세계에서 이렇게 합법적으로 밤 11시까지 공립학교가 학생들을 붙들어두는데가 있을까? 동네도서관은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나 12시까지 공부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할 장소가 있으니까 더욱 잠안자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 참고로 일본 도서관은 아침 9시반에 문열어서 저녁 8시면 문닫는다. 토요일은 저녁 5시에 끝나고;

일본이 특별히 복지가 대단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일본 역시 신자유주의체제 하에서 세계적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나라들 중 하나이다.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일벌레란 소리도 듣지 않았나?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여긴 그래도 훨씬 덜한 것 같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모든 노동자의 개인 생활이 존중되는 삶을 말한다. 회사가 일찍 끝나더라도 친구들이랑 밖에서 한잔하기보단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곳이, 더욱 이상적인 사회이지 않을까?

밤중에 야식이 생각날 때 언제들지 치킨 콜!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너무 아쉽지만(ㅠㅠ)

덧글

  • Megane 2015/06/30 14:10 # 답글

    사실 한국은 너무 고달프게 일하지만, 삶의 만족도가 많이 떨어지죠.
    저는 차라리 모든 가게들이나 회사들도 제 시간에 문 닫고 쉴 시간에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날까지 버틸 수 있게 미리 필요한 것들을 사두는 지혜도 생길테고 말입니다.
    저녁은 저녁답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ㅠㅠ
  • 젠카 2015/06/30 20:33 #

    맞어요. 완벽히 모두가 쉰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다 같이 여유 갖고 살고 싶습니다.
  • 코토네 2015/07/01 01:09 # 답글

    그러고보니 제가 방문했던 관광지들마다 있던 상점들도 오후 4시~6시 이후면 문을 닫더라구요.
  • 젠카 2015/07/02 00:21 #

    그런 상점들이 의외로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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