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는 라이트노벨을 중심으로 일본 서브컬쳐를 연구하고 싶어했는데, 몇년 지나면서 미디어믹스를 중심에 놓고 라노베는 이 미디어믹스를 연구하는 문으로서 기능하게 되어버렸다. 근데 사실 미디어믹스 자체를 연구한 사례는 정말 없더라. 국내에서도 OSMU다 뭐니 해서 논문들은 많이 나오지만 '특정작품의 OSMU사례'이거나 잡다하게 케이스스터디를 늘어놓는 정도지, 미디어믹스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미디어믹스만의 통사를 써내려간다가거나 하는 건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일본에서도 부분적으로 미디어믹스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역시 특정 작품의 케이스스터디 정도로서 아주 작은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사실 미디어믹스 연구를 하겠답시고, 연구계획서를 지난 몇 년간 쓰면서도 좀 확신이 잘 안가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미디어믹스 그 자체, 미디어믹스라는 현상,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캐릭터와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사람들에게 덮쳐오는 이 현상 자체가 사회학 적으로나 미디어학 적으로나 굉장한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다 오쓰카 에이지의 미디어믹스에 관련한 강연과, 그 강연의 준거점이 된 마크 스테인버그의 연구를 접했다. 해당 연구는 2012년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올해 2015년에 일본에도 번역되었다.
일본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일본에 머물면서 엄청난 캐릭터의 동시다발적이고 유비쿼터스적인 일본의 사회 환경에 놀랐고, 이것이 일본은 물론이고, 일본에 영향을 받은 게 거의 확실한 헐리우드와를 비롯한 문화산업계와 이 사회를 해석하는 키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저자 역시 정말 심하리만치 이것에 관한 연구가 없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어쩌면 일본 사회에서는 이건 너무나 당연하고 자명한 환경이라 굳이 따로 분류해서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가 새로운 미디어믹스 연구의 시발점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그 결과인지 작년에 도쿄대학에서도 미디어믹스 연구를 위한 심포지엄을 비롯한 여러가지 행사가 있었고, 저자도 참석했다고 한다.
암튼 이렇게 해외의 교수님께서 친히 발판을 마련해주시니, 나같이 아직 아무런 권위가 없는 석사과정생이 이 발판위에 발디딛고 연구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저 책이 없었다해도 연구를 진행못할 것 까진 없지만, 아직은 완전 0부터 시작하기엔 내가 처한 위치에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았다. 디딤돌 하나는 얻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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