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여친님이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보았습니다. 참 좋은 영화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합니다. 아래 감상문에는 스포일러가 대량으로 있으니 영화를 꼭 보시고 나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 주인공 아버지 료타는 사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일본인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다. 영화 <철도원>에서는 일때문에 부인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는 아버지가 나온다. 섭섭하긴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직업과 또 전체를 위해 개인의 행복을 억제하는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것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은 주인공의 상사가 말했듯이 "시대가 바뀌었다. 시대가."
- 이 영화는 참으로 조용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놀랍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날카로운 긴장감은 없지만, 모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다 느껴진다. 한사람 한사람의 대사와 감정이 설득력이 있다. 간호사를 욕하는 어머니들의 심정, 부모의 심정, 심지어 아이들의 연기까지 너무나 뛰어나서 애들이 느끼는 섭섭함, 사랑받고 싶음, 즐거움까지 다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마지막 장면이 나옴과 함께 어우려저 차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감정을 끌어낸다.
- 게이타를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분명 노력했다. 피아노도 잘 치고 싶었고, 자동차 안에서도 연습 하는 등 필사적으로 연습에 매달렸다. 적어도 그 아이 나름대로는 그렇다. 그러나 돌아온 건 칭찬이 아니라, "(월등히 피아노를 잘치는 다른 아이를 보며)저걸 보고도 분하지 않냐?"는 핀잔 뿐이었다. 그랬다. 사실 성장해야 하는 건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자신도 결국 포기했던 피아노를 자기 아들이 대신해서 쳐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처럼 되지 못하는' 자식을 보고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역시 그랬었군" 하고 반응한다. 그럼 과연 친자식(류세이)였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을까?
- 주인공은 상대편과 자식을 맞바꿈으로써 여전히 자기가 살아온 방식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낸다. 아니, 이루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류세이는 친자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버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가 맛 본 인생 최대의 실패감이었을 것이다. 그 역시 잘못을 깨닫고 아이와 같이 놀아주었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단순히 혈연관계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와 류세이 사이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 미션은 끝났다. 게이타에게 류세이네 집으로 보내면서 그럴 듯하게 둘러대기 위해서 한 '미션'. 사실 그 미션은 게이타의 미션이 아닌 아버지 자신을 위한 수업이었다. 부자관계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매미도 15년이나 지나야 성인이 된다는데!)을 함께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가는 것임을 그는 깨닫는다. 그리고 사과한다. 갈림길이 끝나고, 게이타를 꼭 안아주는 아버지. 그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 최근에 본 영화 중에 당연 최고였다. 보면서 생각도 많이 하고, 나는 앞으로 어떤 아버지가 될까라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 가족들이랑 이 영화를 꼭 다시 보고 싶다. 나의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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