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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1 00:58

랍 벨의 <사랑이 이긴다> VS. 마크 갤리의 <하나님이 이긴다> 독서 나눔

간만에 쓰는 책 관련 이야기.

학원과 도서관, 집을 오가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사랑이 이긴다>와 <하나님이 이긴다> 두 책을 이틀만에 모두 읽었다. 랍 벨이 쓴 <사랑이 이긴다>는 2011년 봄에 미국에서 출판되어 복음주의권에 큰 충격을 줬다고 한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나왔는데 한국교계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뭐, 간단히 요약하면 "천국과 지옥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하나님이 그렇게 편협하실까? 사실 복음은 그것보다 훨씬 크다. 내세보다 현실의 지옥에 더 집중하자. 결국엔 사랑이 모든 걸 이길 것이다."정도? 영리하게도 절대로 지옥이 없다거나 보편구원론을 직접적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기존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서 논쟁 소재로 잘 삼지 않았던 주제를 건드리고 있다. 읽고 나면 묘하게 은혜도 되고 그렇다. 나는 랍 벨의 의견 상당수를 지지한다.

마크 갤리는 <사랑이 이긴다>를 반박하는 책으로 <하나님이 이긴다>를 썼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두책 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 이긴다>에 반론 하는 내용으로 쓰여있지만, 신랄하거나 그런 것 보다는 차분하게 하나하나 <사랑이 이긴다>를 인용하며 이 책이 짚지 않고 지나간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하나님이 곧 사랑인데 결국은 같은 의미 아냐?'라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크는 <사랑이 이긴다>에서 제시한 사랑이 결국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정의'부분이 축소 혹은 왜곡되어 있다고 보았다.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를 다 이루시는 분이시기에 사랑보다 더 큰 개념인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이다. 특히 <사랑이 이긴다>가 보편구원론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더라도 거의 그와 가까운 논리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오히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축소된 사랑', '공의 빠진 사랑'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두 책 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랍 벨의 책이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 했다면 마크 갤리는 차분하게 진행되는 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듯 했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나는 지옥을 인정하고(정확히는 '하늘의 심판'을 믿는다) 사후 세계를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최종적으로는 마크를 따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이 이긴다>가 너무 사랑스럽다. 대체 왜 그럴까?

<하나님이 이긴다>는 <사랑이 이긴다>가 가진 가장 큰 덕목을 간과했다. <사랑이 이긴다>가 제기하는 질문들을 그리 성실하게 다루면서도 근본적으로 <사랑이 이긴다>가 왜 세상에 나왔으며 왜 일부 복음주의자들이 이 책을 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마크는 <사랑이 이긴다>의 다음 부분을 인용한다.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시고 자비로우시며 은혜와 긍휼을 한없이 베푸신다. 다만 고백하고 회개하여 이생에서 구원을 얻지 못하면 영원한 형별을 내리신다. 이것이 기독교의 이야기 아닌가?"

마크는 단호히 이것은 기독교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 저건 기독교가 아니다. 아니 복음이 아니다. 이후 마크는 수십페이지를 활용하여 진짜 기독교를 설명하려고 애를 쓰는데, 사실 한국과 미국 복음주의자들이 모두 마크 정도의 상식만 있었어도 <사랑이 이긴다>같은 책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상당수의 미국 혹은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위와 같은 식으로 복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 역시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오해했다'고 인정했지만, 그 '어떤 기독교인들'이 너무 많을 뿐 아니라, 기독교가 권력을 쥔 나라에선 그 병폐 또한 너무 크지 않은가? 

<사랑이 이긴다>는 마크가 지적했던 '지옥과 심판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완화시키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서 쓴 책이 아니다. 그 이전에 하나님을 단순히 편협한 신으로 만들고, 타인을 긍휼이 여기기보다 심판하며, 내세를 핑계로 현세의 아픔을 외면하는 우리 기독교계에 저항하기 위해 쓴 책이다. 이건 예언자적 메시지에 더 가깝다. 

<사랑이 이긴다>는 확실히 치우친 책이다. 하나님 속성 중 일부를 다소 편향되게, 혹은 과장되게, 혹은 철저한 논증없이 제시했을 수 있다. <하나님이 이긴다>로 빠진 부분을 보충할 필요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사랑이 이긴다>가 제시하고 있는 건 맞다. 아무도 건들지 않았던, 아니 사실은 마음속으로 누구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주제를, 비록 천년이 넘는 해묵은 논쟁이긴하나 정면에서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마크 역시 이런 논쟁 일어나는 것 자체가 환영해야할 일이고, <사랑이 이긴다>가 반갑다고까지 했으니 아마 비슷하게는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랑이 이긴다>가 특히 한국에서 더 선전해주길 기도한다. 혹시 좀 불안함을 느끼는 착한(?)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이 이긴다>도 세트로 읽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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