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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00:05

근황(라이트노벨 연구, 일본어 등등) 생활 나눔

1.

일본 유학을 결심하고 교수님께 말씀드린지가 오늘로 1년이 되는군요. 아니 하루가 지났나;; 아무튼 굉장히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딱 1년전에 올린 글(http://taeppo.egloos.com/4493318)을 보면 처음 유학을 결심하고 떨려하는 감정이 나와있습니다. 도쿄대학이라는 점은 같지만, 학과는 예정과 다르게 되었네요. 그래도...

다음 학기에 미친듯이 논문을 써서 석사학위를 받고 10월에 연구생으로 6개월간 들어가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데...제대로 하려면 다시 석사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러면 여기서 석사 학위를 받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학위를 받고 가고 싶다. 언제나 마무리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분명히 매듭을 짓고 다음 단계로 가고 싶다.

...라는 부분은 실현되었군요. 정말 저는 이 곳에 있습니다.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계속 머리속으로 굴리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일본학교에서 본과로 들어가야 할텐데, 가장 걱정되는 건 영어고, 또 한편으로 돌아가서 내년 4월에 국비시험을 한번 쳐볼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근데 선배님들 말 들어보면 본과 들어가면 몇배로 힘들다고 합니다;; 지금이 가장 여유로운 때.


2.

수요일에는 격주로 '미디어 사회학'이라는 수업을 듣습니다. 원래는 기타다 아키히로라는 분이 하시는 수업이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타다는 아즈마 히로키와 함께 공동으로 <사상지도>라는 잡지를 펴낸적이 있습니다. 미디어 연구를 통해서 현대 사회를 분석하려는 분이시죠. 하지만 지금은 연구년으로 독일에 가 계시기 때문에, 이번학기에는 다른 학교에서 초빙되신 엔도 도모미라는 분이 강의를 하고 계십니다. 

근데 이 분이 참 재미있습니다. <フラット・カルチャー>라는 책을 편집하여 내셨는데, 본인이 직접 쓴 파트가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서문이고, 다른 하나는 라이트노벨에 관련된 글이죠; 아직 다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일단 도입부를 보니,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어서 최근 작품을 탐색하다가 어떠한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게 라이트노벨이라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소설류의 작가가 기존의 소설(장르소설 포함) 작가라면 상상할 수 없는, 출판사로부터 구박을 받는 장면들이 '후기'에 그려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라이트노벨'론을 펼치고 있는데 나중에 다 읽고 간략하게 소개하든지 해야겠네요. 제가 라이트노벨을 연구했다고 하자 신비롭게(?) 쳐다보시는데, 그 덕에 다음달 14일에 수업때 발표도 하게 되었습니다. 좀 부끄럽습니다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오늘 있었던 수업입니다. 이 수업이 책을 나눠서 읽고 발제를 하고 토론하는 것이 반이고, 나머지 반은 학생들 개인연구를 발표하는, 반은 제미(세미나의 일본식 발음, 보통 지도교수와 그 제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에 관해 토론하는 모임)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오늘 후반부에 발표를 맡으신 분은 현재 박사과정으로 기타다 선생님의 제자인데, 본인의 의지와는 별 관련없이 어떤 조사를 맡게 되었고, 오늘은 그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본래는 19세기 유럽에 관련된 연구를 하시는 분이신데;; 기타다 선생님께 어쩌다 얽혀서; 크게 흥미가 없는 소설에 관한 사회학적 조사를 하게 된 것이죠;;

흥미롭게도, 일본 젊은이들은 '라이트노벨', '휴대폰소설'과 같은 소설류를 과연 '소설'로서 인식하느냐에 관한 조사를 하였습니다.이 조사를 수행한 계기가 된 것이 2008년 10월의 아사히 신문에 어떤 중학생이 투고한 글 때문입니다. '라이트노벨, 학교에 필요한가'라는 다분히 도발적인 제목의 글입니다. 내용인즉 "우리 학교에서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 소설만 읽고 있는 학생들이 남녀구분없이 많아졌다."며 자기는 "고전문학이 좋다", "좋은 책이란 아이들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학교 도서관은 인기가 있다고 해서 안이하게 라이트노벨을 늘리지 말고 우리들이 생각할 수 잇는 재로가 되며 감동할 수 있는 책을 모아서, 그러한 책과 친밀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서술했다네요. 이 투고문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엿새 정도 후에 한 고등학생이 "다시한번 라이트노벨을 재점검해보는 게 어떻겠냐?"라는 투고를 하기도 했다는 군요.

즉 문제 의식은 이것입니다. 저 중학생에게 있어서 라이트노벨은 양서, 즉 좋은책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자신의 취미가 '독서'라고 대답하고, 실제로 상당한 독서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의 인식 속에, 과연 라노베를 책 혹은 소설로 인식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즉 라노베만 자주 읽는 사람이 자신을 독서가로 생각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으로도 이어지는 거죠. 아, 이건 라노베와 함께 휴대폰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위해서 이 박사과정 학생은 (만)19세~21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유효응답자수는 647명입니다. 근데 이 분이 워낙 자료가 방대하고, 방법도 단순하진 않아요; 발표때 말도 엄청 빨라서 제가 좀 감당을 못했습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에 제가 자료를 전부 읽고 간단하게 정리를 하도록 하지요. 결론만 짧게 말씀드리면 독서좀 한다고 하는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 중에 라노베를 읽었다는 사람은 정말 많고, 실제로 라이트노벨은 소설로써 인식되고 있더라고 합니다.

 일단 제목은 "소설의 범례성에 대해서-소설에 부여된 카테고리와 취미인식 관계성에 관한 계량사회학적 연구-"입니다. 그 학생은나름대로 잘 정리해서 논문으로 만들어 투고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 영어로 번역해서 해외 학술지에 투고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아직 미완성, 하지만 굉장히 소중한 자료를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근데 오늘 이 학생 발표만 토론 포함 거의 두 시간;;; 일부러 녹음도 하였는데;;;


3.

저를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저는 일본어를 전공하였습니다. 어째 일본에 오니 막상 일본어보다는 영어때문에 열폭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영어는 전공이 아니었다고 쳐도, 일본어가 잘 안들리면 그 이상으로 분하네요. 내 일본어 실력이 이정도밖에 안되나 싶기도 하고...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겠습니다만...

수업을 하거나, 무대에서 공연을 하거나, 누군가 발표를 하거나, 설교를 하거나 하는 일본어는 그럭저럭 잘 들립니다. TV는 없지만; TV에서 예능프로를 보는 것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누군가와 대화나 토론을 할 때에도 의사표현에 큰 장애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근데 일본인들끼리 특히 젊은애들이 대화하는 건 잘 안들릴 때가 있습니다. 들려도 좀 집중을 해야할 때가 많죠. 당연하지만 실제로 쓰는 말에는 사전에 안나오는 단어가 많고,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후딱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아니메 성우들처럼 또박또박 발음하는 것도 아니고, 억양도 있기때문에 잠깐 딴 생각하면 휙넘어가 버리죠. 전체적으로 무슨말인지는 알겠는데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느낌; 이거 진짜 답답합니다.

특히 오늘 수업같은 경우가 그런데, 저 교수님 수업이 빙 둘러앉아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상당히 친밀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수님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막~편하게 얘기를 하는데, 유머감각이 있을 수록 더 안들립니다. 유머감각이 있다는 건 그만큼 사전에 없는 단어를 많이 구사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단순한 내용이 아니죠. 포스트모던이니 하는 외래어와 외국인 이름들, 각종 사회학용어들과 개념들이 섞여 있으니까요. 나중엔 좀 피곤해지더군요;; 아, 유학생활이란게 이런 거구나 싶은... 학부 1학년때부터 일본인 원어 수업을 들었었고, 대학원에서도 일본어로 수업, 일본어로 국제 발표경험도 세번이나 있어서 일본어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오리지널은 차원이 다릅니다(쿨럭;)

뭐, 이러면서 배워가는 것이겠죠.

사실 일본에 산다고 해서 일본어 실력이 마구 늘것 같지는 않습니다. 몇개월동안 하루종일 일본인과 대화하며 지낸다면 또 모를까; 설사 그렇게 지낸다해도 작문실력이 느는 것은 아닐테고;; 제대로 구사하려면 스스로 노력해야한다는 것에는 국내에서 공부하나 일본에서 공부하나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대신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확실하게 느는 것은 바로 생활일본어 입니다. 생활 일본어라는 게 다른게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일본인스럽게' 말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얼마전 혼고캠퍼스에서 어떤 한국인이 제가 일본인인줄 알고 길을 물어보더군요. "아카몬와 도찌라데스까?(아카몬은 어디입니까?)"라고요; 듣는 순간 아 이 사람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첫째로 발음이 너무 또박또박이었고, 둘째로 문장이 너무 교과서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일본 사람들이 저렇게 직설적으로 길을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죠. 일본사람들이 길을 묻는 경우도 흔하지 않지만, 묻는다하여도 "어디어디에 가고 싶은데..."하고 말을 흐린다거나, "어디어디가 이쪽으로 가는 거 맞나요?"식으로 확인하는 식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어를 배운다는 건 이러한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일본인스럼게 행동하느냐를 배우는 걸 뜻합니다.

물론, 드라마를 보거나 아니메를 보거나 하면서도 배울 수 있겠지만, 그런 건 대부분 특수한 상황속에서 이뤄지는 회화가 많죠. 드라마는 또 몰라도, 아니메에서 쓰는 어투랑 실제 생활에서 일본인들이 쓰는 억양이나 어투는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 적절한 단어선택과 행동, 이런 건 머리 속에서 재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몸으로 겪으며 배우는 것입니다. 

저도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는데 막상 대화할 때는 제대로 구사하기 힘든 일본어들이 몇몇 있습니다. 특히 1인칭 대명사 사용을 어떤걸 해야하나, 혹은 어느 수준의 경어 혹은 반말을 사용해야하나 같은 매우 애매한 경우. 혹시 잘못 사용했다가 실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조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난한 데스/마스체만 계속 쓰자니 혼자만 거리감 느끼게 되고 그렇더라구요;; 가끔 한국에 오는 일본인 손님을 대접하는 그런 종류의 경험과는 달리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일본인을 대한다는 건 이 애매함을 몸소 겪으면서 적절한 단어와 행동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

근데... 무슨 근황이야기 하려다가 무신 쓸데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군요;;;; 아 빨래도 정리해야하는데(ㅠㅠ) 암튼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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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11/10 01: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젠카 2011/11/10 12:41 #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코토네 2011/11/10 02:21 # 답글

    3번은 저의 형님도 현지에서 겪고 있는 중이겠군요.
  • 젠카 2011/11/10 12:41 #

    네, 형님하고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논문일본어와 일상생활일본어는 다르다고;;
  • 무명 2011/11/10 07:01 # 삭제 답글

    정말 전부 공감가는 내용 뿐이네요ㅠㅠ 일단 1번은 여기 포스팅을 봐 온 저로서는 참 감탄하고 있는 부분이고...2번은 정말, 참, 아주 라는 감탄사를 넣어 가면서 읽었습니다. 어린 청소년들이 빠르게 대화하거나 하면 진짜 알아듣기가 힘들더군요. 대학생들 말이나 교수님들 말씀은 괜찮은데;; 일상생활의 아주 간단한 질문 같은 것도 교과서하고는 완전히 다르구요.

    앞으로도 근황(?) 기대하겠습니다!
  • 젠카 2011/11/10 12:52 #

    그래서 우리의 로드드래곤 교수님이 1학년 수업교재의 대화문을 다 바꿔버린 것인지도;;;
  • 차원이동자 2011/11/10 07:49 # 답글

    1. 잘 채내시리라 믿기에. 걱정없습니다.
    2. 전반부가 되게 궁금합니다. 후반부는...우와.
    3. 그것이 유학생의 딜레마. 언어를 아는데 언어를 아는게 아닌 그런 상황.
    4. 담에 또 뵈요~
  • 젠카 2011/11/10 12:53 #

    하나씩 집어주셨네요~ 전반부는 찬찬히 적어드리죠^^
  • 셍나 2011/11/10 08:11 # 답글

    약간 딴 얘기지만 라노베를 읽고 있을때 누군가가 "너 또 만화 읽냐" 라고 물어봤을때 "아니라고! 이건 소설이라고!" 외치 던게 생각납니다.

    출판사에서 구박이라는게 또 신경쓰이네요(왠지 알것도 같고)
  • 젠카 2011/11/10 12:57 #

    아, 그 구박이라는게 다른게 아니라, 편집자가 작가를 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설가, 즉 작가로 등단한 사람들은 아무리 편집자라고 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등단한 작가라는 타이틀이 어떠한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순문학 뿐 아니라 추리소설 같은 장르소설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라노베 끄트머리에 붙은 '작가후기'같은 걸 보면, 편집자들에게 시달리는 작가의 모습이 종종 희화적으로 묘사되죠. 마감에 쫓겨 헉헉대는 만화작가랑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심지어 편집자들에게 '~군'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에 엔도 선생님은 큰 위화감을 느꼈다고 하네요.
  • 카미유 2011/11/10 11:51 # 답글

    일본어 전공이라 부러워요
  • 젠카 2011/11/10 12:58 #

    공부하시면 전공이랑 아닌거랑 큰 차이가 없어져요ㅠㅠ
  • 에벤에셀 2011/11/10 12:10 # 답글

    1. 와타시와 코코니 이루. (...)
    2. 개인적인 생각으로, 라노베는 형식은 소설인데, 사람들에게 소모되는 방식은 만화 같습니다.
    3. 저는 일어 영어 둘 다 ㅜㅜ...
  • 젠카 2011/11/10 12:59 #

    2번은 저도 동감입니다:)
  • 조훈 2011/11/10 23:05 # 답글

    교수쯤 되시는분이 라노베따위를 쓰시다니 재미있네요. 아, 기분 나쁘하진 마세요, 문화편력이 좀 심한편이라.
    대강 읽긴 해서 아닐수도 있는데 현재 토대에 계신건가요? 아차하면 겹치는 시기였네요, 뵐 수도 있었을텐데.
    아무튼 같은 전공자로써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하십쇼.
  • 젠카 2011/11/12 00:41 #

    라노베를 쓴게 아니라 라노베 관련한 글을 쓴 거겠죠.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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