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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9 23:47

일본생활 2주가 지나고... 생활 나눔

1. 

일본에 온지 어느덧 2주가 되었다. 14일. 어째 굉장히 길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얼마 안지났다. 원래 사람은 어떤 것에 적응하면 시간이 빨리가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빠르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같은 원인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릴적에는 접하는 모든 것이 새로우니까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은 줄어든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고... 그러면 어느 새 후딱 지나가버리는 것이 시간이다. 지난 2주일간, 시간이 무척 느리게 간 것도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이 새롭기 때문이리라.

1주차때는 사실 여행온 것과 크게 다른게 없었다. 민박에서 숙박을 하고 주로 밖으로 나다니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찌하다보니 지나가버렸다. 토요일에 기숙사에 들어오고 주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짐을 정리하고, 사실상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이제 또 1주가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2.

아직 수업을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지도교수님의 세미나에 참석해 보았다. 3주정도에 한번씩 대학원생들이 모여서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이다. 매회 세명정도가 발표를 하는데, 내가 간 날도 그랬다. 모여있는 대학원생들은 그야말로 다국적이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둘러 앉았다. 영어와 일본어 두 언어로 세미나는 진행되었다. 발표자 세명가운데 두명은 한국인이었는데, 처음에 발표하는 분은 영어로 하더라. 영어로 질문을 주고받기도 한다. 다행히 아주 못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저자리에 저런 식으로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세미나를 보고나서 두가지의 대립적인 감정이 생겼다. 하나는 논문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분위기의 익숙함이었다. 내가 있던 한국에서도 2주마다 열리는 BK회의 때 두명정도가 돌아가면서 연구발표를 하고 토론을 했다.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일단은 안도감(?)도 들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두려웠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다. 또 한국과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한국은 정(情)이라는 게 좀 있지만 여기는 참으로 쿨했다. 과연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미나가 끝나고 원래 알던 한국인 누나와 또다른 여자 선배분과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매우 현실적이고 암담한 학과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의 어느 사회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학원은 경쟁사회다. 지도교수가 지도를 해준다해줘도 결국 논문을 쓰고 졸업하는 건 자신의 몫이다. 그러다보니 참으로 여유가 없다고 한다. 일본인이나 유학생이나, 심지어 교수마저도. 누가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깔아누르려고도 한다. 이걸 못견디고 학교를 떠난 박사과정이 그 선배님이 아는 분만 여섯이 넘는다지. 석사과정, 그리고 박사과정으로 올라갈 수록 친구사귀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서로가 경쟁관계인데 제대로 친구되기도 힘들다고... 그래서 그런 부담이 비교적 적은 연구생시절에 친구를 많이 사귀어두라고 했다. 음, 과연 어떻게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그 외 유학생이라는 경제적 부담감도 크고, 앞날에대한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너무 움츠러들지나 않을까?


3.

금요일에 지도교수님과 개인적인 면담을 했다. 한국의 원래 교수님은 연구 뿐 아니라 이것저것 신변적이고 가정적인 부분까지 물어보고 케어해주시려고 했지만, 여기선 그런 건 없다. 40분정도 이야기 했는데 99%가 내 연구주제와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와 방향을 이야기했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말했다. 교수님이 질문을 많이 하셨다. 이 연구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이 연구를 통해서 무얼 알 수 있는가? 

라이트노벨을 연구하고 싶다면 연구해도 좋다고 하셨다. 대신 그 방향성을 좀 더 구체적인 것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내게 출판사회학이나 그런 미디어 연구에 관한 책이나 논문을 읽어본적이 있냐고 하셨는데 다 생소한 것이었다. 어떤 자괴감도 살짝 일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교수님은 내게 출판, 서적에 관련된 문헌을 30권 정도 갖고 온다면 어느정도 기초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고 남들이 했던 얘기를 인용하기만 하면 논문이 인상비평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도 하셨다.

논문에는 다섯가지의 필수 기본요소가 있다고도 말씀하셨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문제의식- 이걸 왜 하는가? 이 논문을 왜 쓰는가에 대한 의식.
2. 확실한 대상- 문제의식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대상으로 삼아 연구를 할 것인가를 분명히 할 것.
3. 연구 방법- 대상이 정해졌다면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 있어야함. 이 부분에서 참고가 될 수 있는 건 선행연구.
4. 분석과정- 정해진 방법을 토대로 구체적인 분석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5. 결론- 위의 분석을 통해서 무엇을 알게되었는지 확실하게 제시할 것.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니 뭔가 새롭게 느껴졌다. 앞으로 논문 쓸 때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출판문화연구에 도움을 줄 튜터도 소개시켜 주신다고 했다.

다만 박사과정에 바로 들어가기는 좀 힘들 것 같다. 직접적으로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내 석사논문 양이 도쿄대 기준으로는 부족해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석사논문에 비해 양이 많은 편이었는데, 일본은 역시 좀 엄한 것 같다.

다시 석사를 한다면... 또 2년의 시간이 들거고, 한국에서의 석사논문보다 많은 양과 높은 수준의 논문을 또 써야할 것이다. 좀 부담되기는 한다. 하지만 시간도 중요하지만 착실하게 기초와 내공을 쌓는 것도 중요할 거라며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낯설고 두렵지만, '진짜'가 되기위한 과정이라고...


4.

토요일에는 자전거를 구입했다. 사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미타카를 한바퀴 쭉 돌아보았다. 내가 처음 일본에 갔던 게 2003년 6월이었다. 2박3일이라는 극히 짧은 일정에 아버지 출장을 따라간 것이었지만, 처음하는 해외여행이라 무척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갔던 곳이 미타카에 위치한 지브리 미술관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브리 미술관 옆을 지나가며 옛생각을 잠시했다. 그 때까지만해도 여기서 살거라는 생각을 전혀하지 못했는데...

오래전부터 일본의 예쁜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보고 싶었다. 이제 그 소원은 이룬셈.


5.

나는 교회를 다닌다. 지난주 주일에는 한국의 담임목사님이 직접 소개해주신 한인교회를 갔었고, 오늘은 내가 여행올 때마다 두어번 갔었던 일본인교회를 갔다. 두 교회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한인교회는 일단 한국어를 쓸 수 있어 편하고, 음식도 비빔밥이 나오며, 유학생들도 많아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신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좀 나랑은 핀트가 잘 안맞았던 것이 아쉽다. 일본인교회는 담임목사님의 설교가 좋았다. 특별히 감동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차분한 어조로 성경을 한구절한구절 성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참 좋았다. 또 사람들도 참 친절했고, 뻘쭘해 할수도 있는 나를 이래저래 안뻘쭘하도록 많이 도와주었다. 대신 일본인 100%다. 그리고 소그룹 삶나눔 같은 게 없다는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일단 내 마음은 일본인 교회쪽으로 더 갔다. 아직 더 다녀봐야 알겠지만, 여기서 좋은 만남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보니까 은근히 봉사할 일도 있는 것 같은데 같이 일하다보면 더 친해지지 않을까 쉽다. 손님처럼 남고 싶지는 않다. 일본인들의 교회와 그들의 신앙을  그 속에서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


6.

교회에서 돌아와서 기숙사 파티에 참석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그러질 못했다. 이 기숙사 유학생들은 AIKOM이라고 해서 대부분 교환학생으로 온 것이고, 자기들끼리는 잘 지내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낯선 사람에게 말 잘걸고 친한척 굴면 더 친해질 수도 있겠지만, 인사하고 몇마디 나누다보니 그걸로 끝. 한국인 학생들은 적어도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고, 학부1학년이라고 한다. 학부생하고는 어딘가 참 멀게 느껴졌다. 나이차도 있고. 

밥먹고 나서 불끄고 나름 클럽분위기를 만들어 춤추고하는데, 재밌다는 애들도 있지만, 난 참 저런 분위기는 적응이 안된다. 1학년때 MT분위기에 적응 잘 못하던 내모습이 생각났다. 차라리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튜터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슬쩍 빠져나와서 스텝아이들과 사소한 잡담하는게 더 나았다. 화요일에 튜터들 방에 놀러가서 수다를 떨었는데 그 때 알게된 한 친구랑 그래도 좀 친해질 수 있을 듯 싶다. 처음으로 일본인 친구를 내 휴대폰에 등록했다. 나름 역사적인 순간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여기서 내 진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특히 신앙적인 부분이 잘 통할 수 있는, 외로울 때, 찌질해지고 싶을 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 그러면 일본 생활을 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덧글

  • 코토네 2011/10/10 00:18 # 답글

    미타카역 바로 남쪽에 다자이 오사무 문학관이 있습니다. 무료 입장이니 나중에 한 번 들러보세요.
  • 젠카 2011/10/11 23:50 #

    네~ 지나가면서 보긴했는데 언제한번 꼭 가봐야겠네요. 인간실격;;
  • 무명 2011/10/10 07:47 # 삭제 답글

    아...신분은 다릅니다만 같은 유학생으로서 매우 공감가는 포스트입니다. 큰 그릇은 한번에 만들어지는 게 아닌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잘 하셔서 결실을 얻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 젠카 2011/10/11 23:50 #

    응 언제나 고마워ㅠㅠ
  • 첼로 2011/10/12 14:38 # 삭제 답글

    마지막 글을 읽으니 진짜 일본에서 그런 친구가 생김 좋을 듯...생각날 때 기도할께...^^
    내가 일본에 가서 들어줄 수도 없고 안타까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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