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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4 01:43

라이트노벨 논문 관련한 잡설들~ 생활 나눔

1.

어제 오늘 PDF파일이나 책본을 주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어떤 면에선 학교나 학회에서 교수님들 앞에서 평가받을 때 보다 더 떨립니다. 학회의 어르신분들이야 라이트노벨을 제대로 알리가 없고(대부분 처음 듣는다는 반응) 그 곳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이것이 얼마만큼의 연구가치를 가지며 연구방법이나 방향이 적절한가에 있었지요. 하지만 여기서 제 글을 받아서 읽으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라노베와 일본 서브컬처계에 관해 잘 아는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헛점이나 한계가 새롭게 밝혀질 것 같아서 떨리지요.

사실 저는 라이트노벨의 팬이나 마니아가 아닙니다. 중학교 때, <슬레이어즈!>가 유행하던 시절에 그 작품을 무척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간되었던 소설판(현재의 라노베 판형보다 더 작은 버전으로 대원에서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에는 별로 관심을 안가졌지요. 라노베라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나마 <소년탐정 김전일>의 소설판 정도만 읽었었군요.

그러다가 2008년에 친구로부터 생일선물로 <카노콘>을 받고, 이후 모노벨사에서 리뷰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라노베와 관계를 맺었습니다. 일본쪽 최신간 라노베를 원서로 읽고 줄거리와 일본쪽 반응,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적는 그런 일이었는데, 라노베관련 지식이 적다고 급여에서 만원을 깎이는 사태가 발생했지요;(혹시 제 PDF를 받은 분 중에 그런 결정을 하신 편집자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실에 열받아서 라노베를 공부하자고 다짐하고 이곳 블로그에서 작품을 추천받아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학부 졸업논문까지 라노베로 달려버렸군요;;; 사실 그 학부 논문이란 건 논문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그저 보고서에 불과한 수준이라;;; 진짜 민망했어요;;;


2.

바로 대학원에 들어가서 참 석사 과정 답지 않은 행로를 많이 걸었습니다. 보통 석사때는 논문을 쓰거나 연구를 한다기 보다는 이것저것 방법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학회같은 곳에서 저는 감히 발표를 할 수 있는 짬밥이 아닙니다. 그런데 참 운 좋게도 BK21참여 대학원생이 되면서 여기저기 학회에서(국내 뿐 아니라 베트남과 대만에서도 라노베로 발표) 논문도 발표할 기회도 생겨서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논문들을 써나갔네요. 그 과정에서 낙방도 하고, 다시 처음부터 고쳐쓴 것도 있고...

무엇보다 감사하게도 저희 지도 교수님이 제 주제를 굉장히 좋게 봐주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저희 교수님은 대한민국 일문학회 내에서 거의 원로로 인정받으시는 민속학/문화인류학 권위자이신데(이제 정년이 2년인가 3년인가 남으셨음;;;) 이런 새로운 문화를 오히려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아이폰 소유자시며, 아이패드는 국내 출시전에 아예 일본에서 구입하시는 얼리어덥터)가령 이미 어느정도 학계에서 다루어진 테마를 들고 가면 제자로 안받아들여 줍니다;;; 오히려 이런 이단적인 테마를 더 적극적으로 밀어주셨어요. 좀 무리수를 둬도 괜찮으니 과감하게 밀고 나가라고 말씀하시던(^^)

대학원에서 라이트노벨을 연구한다고 했지만, 사실 라이트노벨은 입학전에 더 많이 읽었던 것 같고; 오히려 이것을 어떻게 학문적으로 분석할 것인가가 저의 주된 고민이었습니다. 일본관련 서적 말고도, 주로 문화연구학 계열의 문화이론에 관련된 책을 보고, 사회학 이론, 문화사회학 학회에도 참석하고, 또 라이트노벨과 관련한 담론 중에 '사생'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사생을 최초로 시가문학에서 주장했던 마사오카 시키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관련 권위자이신 교수님을 찾아가기도하고... 일본문학 역사공부도 하고... 참 이것저것을 동시에 정신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었네요.

물론 라이트노벨 자체는 지속적으로 읽었습니다. 최신작품은 거의 읽지 못하고, 지금은 블로그를 그만두시고 작가일에 전념하고 계시는 크로이츠님의 베스트 100작품을 장르별로 골고루 읽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라이트노벨 관련 연구서들도 대부분 사서 봤고, 올 3월초에는 일본 도쿄의 국회도서관에 직접가서 라이트노벨 관련 논문들을 복사해오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공부를 다 마치고, 자신만의 체계적인 이론과 연구방법을 정하여, 범위를 설정하고 라이트노벨 연구를 진행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다만은, 실제론 그렇진 못했죠. 저는 공부하고 쓴게 아니라 써가면서 공부했습니다;;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길을 만들어가는 기분;;;; BK21실적때문이기도 했고... 학회지에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는지 모르죠. 

이번에 받아보신 논문은 그 모든 논문들의 집합체입니다. 학부 졸업 논문부터 시작하여 4학기 동안 거의 2년동안 여기저기 학회나 수업에서 써놓았던 논문을 모아놓은 거지요. 다시말하면 2년내내 썼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체계는 다시 짜서 통일성을 살렸지만, 분명한 연구방법을 찾지못한 한계는 곳곳에 드러나 있습니다. 다행히도 근원적인 문제의식은 하나였기 때문에 하나로 합치는게 가능했습니다. 

제 논문의 부족한 점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연구 범위가 분명하지 않은 점도 있었고, 기존 연구에 너무 편승한 감도 있고, 특히 덕후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를 저만 알고 있는 것처럼 반복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트노벨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 같은 걸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제 논문 방향성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네요; 하지만 제 나름대로는 기존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가며 풀어서 전개해나갔다는데 스스로 어느정도 의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입부에 말씀드렸듯이 가장 두려운 분들이 라노베 덕후분들입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봐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 시간 동안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서 계속해서 내용적인 부분들을 일부분 공개하면서 논문을 써나갔습니다. 따끔한 비판이나 의견등을 듣기 위해서였죠. 학위논문 아이디어를 떠올렸을때도, 밤중에 처음으로 결론 초고를 완성했을 때도 제일 먼저 글을 올린 곳은 바로 여기입니다(논문이 완성된 지금은 일부분을 일단 비공개로 돌렸습니다만). 어쨌든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공부는 혼자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렇게 힘들여 완성된 원고를 보면 너무나도 초라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는 건 왜일까요? 원래 석사논문은 그런거라고도 하지만, 역시 아쉽습니다.

일본 유학은 입학당시 부터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여기서 공부하면 좋은 교수님밑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욕심이 있네요. 제가 하고 싶은 '서브컬쳐를 통해보는 사회현상 분석'을 하기에 사실 일어일문학과는 적합한 장소가 아닙니다. 이 곳은 주로 문학과 어학이 중심이 되는 곳이기 때문에 사회과학적인 어떤 것을 제대로 배우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문리과 통합의 어떤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다시 말해 안되는 주제라는게 없는) 도쿄대의 정보학환이라는 곳으로 유학을 갑니다. 어차피 대학원이라는 곳이 교수가 학생에게 먹을 것을 직접 주는 곳이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보학, 미디어학의  방법과 기초를 닦아서 더 좋은 논문을 쓰고 싶습니다. 박사로 가면 가장 좋겠지만, 제 석사논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는 석사를 다시 해도 괜찮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좋은 연구성과를 내고싶네요. 계속 라이트노벨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3.

얼마전에 이글루스에서 라노베의 문학성 관련하여 여러 말들이 많았는데, 일단 문학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생각보다 라이트노벨을 진지하게 보는 시각은 꽤 있습니다. 당장 오늘만해도 라이트노벨 연구회 활동을 하시는 일본 연구자를 알게 되었는 걸요(니치분켄 소속 연구원이심). 그리고 언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라이트노벨 자체를 학회 논문 등에서 다룬 예시들은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지만요. 

라이트노벨을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서는 사실 정해진 방법론이 없습니다. 라이트노벨을 사회학적인 현상의 관점에서 볼 것이나, 어떤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찾을 것인가(라이트노벨 자체에 근대적인 문학성이 있냐는 것 보다는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학자가 선언했던 '근대문학의 종언'이후에 문학의 방향성을 논할 때 라이트노벨은 자주 언급됩니다), 기존 문학의 수용양상을 살피거나 뭐 가지각색입니다. 어쩌면 이미 그 열기는 사그라들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하지만 한가지 중요하게 봐야할건 이러한 서브컬처가 더이상 '서브'로서만은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아즈마 히로키가 말한 것처럼 일본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서브컬처는 매우 익숙한 일본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라이트노벨뿐 아니라 일본의 서브컬처는 문화연구학이나 미디어학 등에서 앞으로 연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국도 작년에 논문 검색해보니 일문학과 안에서 오타쿠관련 연구가 몇 개 더 나왔고(입학할 때만 해도 학회지 논문은 거의 없었는데), 2009년에 베트남에서 싱가포르인과 필리핀의 오덕 연구자(BL을 연구하시는데 오사카대학 유학중)도 만났었고, 그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4.

제 논문 읽으시고 아니다 싶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주저말고 지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한 비판이 더 나은 연구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 나이도 거의 30이 다되어가는데 전 아직 제가 많이 젊다고 생각하거든요(^^;) 엎어지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봐요. 아마 잠시동안은 가슴이 아프겠지만, 그러한 지적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밤중에 감상에 젖어서 쓸데없이 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네요. 다시한번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PS 1: 책본 신청하셨던 분들중에 어쩌면 조금 배송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일단 입금확인은 모두 되었는데, 지금 재고가 조금 부족해서 추가적으로 인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죄송합니다. 내용확인은 PDF파일로 모두 하실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PS 2: 사실 도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라노베 관련한 글을 도서밸리에 계속 발행했기에 이번 한번만은 도서밸리에 등록합니다. 용서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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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07/14 09: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젠카 2011/07/14 17:01 #

    감사합니다~ 꼭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rumic71 2011/07/14 11:44 # 답글

    장래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 젠카 2011/07/14 17:02 #

    넵 고맙습니다~ 근데 문자 보내드렸는데^^;;;;
  • rumic71 2011/07/14 20:52 #

    네, 엊그제 주신 문자는 확인했습니다.
  • 2011/07/14 13: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젠카 2011/07/14 17:02 #

    다시 공지드리겠습니다^_^
  • c 2011/07/14 14:57 # 삭제 답글

    엉망이구만.

    ㅋㅋㅋ
  • 젠카 2011/07/14 17:03 #

    뭐 그렇죠~ ㅋㅋㅋ
  • 차원이동자 2011/07/14 22:32 # 답글

    감사히 받았습니다! 평일은 이것저것 많기 때문에 주말에 제대로 잡고 보겠습니다
  • 젠카 2011/07/16 21:12 #

    평가받는 것 같아서 덜덜덜 떨립니다^^;
  • 腦香怪年 2011/07/15 00:25 # 답글

    논문 잘 받았습니다. 님의 의지와 노력에 정말 고개가 숙여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셔서 좋은 결실을 맺으시길 바랍니다.
  • 젠카 2011/07/16 21:13 #

    넵 감사합니다~
  • 2011/07/15 18: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젠카 2011/07/16 21:14 #

    보내드렸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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