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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7:02

"오타쿠" 연구 (1) 거리에는 “오타쿠”가 가득 - 나카모리 아키오 이것 저것

나카모리 아키오는 "오타쿠"라는 신조어를 만든 사람입니다. 오타쿠를 조금이라도 연구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죠. 1983년 성인 만화 잡지 <만화 부릿코>에서 '오타쿠 연구'라는 제목의 글을 연재하면서 나온 말인데, 의외로 원문을 쉽게 구할 수 있더군요. 또한 의외로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늘부터 하나씩 한글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원문을 링크 시켜 놓았으니 오역이 있으면 지적 바랍니다.


http://www.burikko.net/people/otaku01.html


 

“오타쿠” 연구 (1)

거리에는 “오타쿠”가 가득

나카모리 아키오(中森明夫)

(1983년 6월호)

 

코믹켓(줄여서 코미케)라는 말을 아는가? 사실 나도 작년에 스물세살먹고 처음 가보았지만, 깜짝 놀랐다. 이건 뭐랄까, 만화 마니아를 위한 축제같은 것으로, 간단히 말해 만화 동인지와 팬진의 즉석 판매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뭐에 그리 놀랐냐 하면, 어쨌든 도쿄에서 만명이 넘는 소년소녀가 모여들었는데도 그 모습들이 특이하단 말이다. 뭐라고 할까? 뭐, 학교 다닐 때 어떤 반에서든 있지 않았나? 운동은 전혀 못하고,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틀어 박혀서, 컴컴한 곳에서 우물쭈물 장기나 두고 있는 녀석들이. 이 경우도 그런 거다. 머리모양은 7대3 장발에 부스스하거나, 공포스런 도련님 스타일의 깍두기 머리. 이토요카도(관동지방을 중심으로하는 대형슈퍼마켓-역주)나 세이유(미국 월마트의 일본자회사-역주)에서 엄마가 사준 980엔 1980엔 균일의 셔츠와 슬랙스를 멋지게 차려입고, 몇 년 전에 유행한 R마크가 붙은 짝퉁 리갈 스니커를 신고, 숄더백을 빵빵하게 부풀려서 비틀비틀 거리면 걷는다 말이다, 이게. 마치 영양실조라도 걸린 듯이 홀쭉하거나, 은테안경줄이 이마에 파묻힌 채 웃고 있는 하얀 돼지같은 느낌으로, 여자들은 단발머리에 대개 뚱뚱하고, 통나무같은 굵은 다리를 하얀 하이삭스로 감싸거나 한다. 보통은 교실 한구석에서 눈에 안띄게 시커먼 눈을 하고, 친구 하나 없는 그런 녀석들이 대체 어디서부터 이리도 몰려들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줄줄줄줄줄이 해서 만명! 그것도 평소엔 무지 어두웠던 것만큼 여기서는 아주 대활개를 치고 다닌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의상을 흉내내는 녀석, 잘 알려진 아즈마 만화의 부키미 스타일을 한 녀석, 히죽히죽대며 소녀에게 로리콘 판타지를 억지로 팔려고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녀석, 아무 이유 없이 여기저기 뛰며 돌아다니는 녀석하며, 아이고 머리가 파열될 것 같다. 근데 그게 대부분 십대 중고생을 중심으로 하는 소년소녀들이란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녀석들이 만화팬이나 코미케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되기 전날 밤에 줄서서 기다리는 녀석, 블루 트레인(청색으로 도장한 고정편성객차에서 나온 JR의 야행침대특급・급행 열차-역주)을 자신이 자랑하는 카메라에 담는다며 선로에 뛰어들어 치어 죽을 뻔하는 녀석하며, 책장에 SF매거진의 백넘버와 하야카와(早川)문고의 SF시리즈가 꽉차 있는 녀석이라든가, 마이컴숍(マイコンショップ)에 모여든 우유병 밑둥같이 동그란 안경을 쓴 과학 소년들, 아이돌 탤런트 사인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자리 확보 하는 녀석, 유명 진학 학원을 다니면서도 공부하면 단순한 멸치눈의 바보가 돼 버리는 쭈뼛쭈뼛한 태도의 남학생, 오디오에 있어선 좀 시끄러워지는 형님들 같은 것 말이죠. 그런 사람들은 뭐 보통은 마니아라던가 열광적인 팬이라던가, 고작 네쿠라(선천적으로 성격이 밝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 속어-역주)족같은 말로 부르긴 하지만, 어느 것도 확실히 와닿지 않는다. 뭔가 이런 사람들, 혹은 이러한 현상 전부를 종합할 수 있는 정확하고 확실한 명칭이 아직도 확립되고 있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연고로 조금 이유를 보태 우리들은 그들을 “오타쿠”라고 명명하고, 앞으로 그리 부르기로 한 것이다.

어째서 “오타쿠”라 이름 붙인 것인가, “오타쿠”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는 다음회부터 천천히, 본격적으로 대답하는 것으로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느낌으로 알 수는 있을 것이다. 당신의 주위를 둘러보라. 그래 분명히 있다. 오・타・쿠가.

그건 그렇고, 당신(‘오타쿠’는 본래 2인칭 대명사다-역주), 혹시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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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ero 2009/11/17 19:18 # 답글

    얼씨구 이양반이 화근이었구만
  • 젠카 2009/11/20 15:08 #

    이 분은 참 역사적인 단어를 만드신 거죠.
  • 모에매니아 2009/11/17 20:33 # 삭제 답글

    문화적 파시스트:P
  • 젠카 2009/11/20 15:08 #

    파시스트라 하기엔 좀 애매합니다;
  • 무명 2009/11/18 19:53 # 삭제 답글

    이거슨 모든 오타쿠들의 대부, 나카모리노 아키바노카미 아키오 님의...!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건 없군요ㅋㅋ
  • 젠카 2009/11/20 15:09 #

    속편(?)들 죽 읽어보면 정말 지금과 다를 건 없지. 여기서 이야기하는 오타쿠론은 현재 우리나라의 오타쿠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음. 미야자키 사건 이후로는 크게 달라졌지만, 지금은 또 많이 잊혀지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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