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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진 <해한가>를 가장 한국적인 라이트 노벨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젠 그 생각을 바꾸려 합니다. <월하의 동사무소>야말로 한국적인, 아니 한국인이 아니고선 쓸 수 없는 라이트 노벨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만화나 라이트 노벨에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에 있어선 이전에도 논란이 있긴 했습니다만, <월하의 동사무소>는 제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품입니다. 어설프게 전래 동화 같은 거 차용하는 것이 아닌 진짜 현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잘 드러나고 있지요. 일단 동사무소(지금은 주민 센터라고 하지만;)라는 소재자체가 그렇고, 주인공이 취업난에 쫓겨 공무원이 되는 과정이 그러합니다. 주인공 월하는 제가 봤을 땐 빠른 83년생입니다. 고3 올라가기 직전이 1999년이라는 데(85쪽) 그것만 보면 82년생이 맞지만, 2006년 월드컵을 하던 때 그녀 나이가 스물 셋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빠른 83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한 가지 옥의티가 있다면 그녀가 이해찬 세대로 묘사되는데, 본격적으로 이해찬 세대가 시작된 것은 83년생, 즉 1999년에 고등학교를 들어간 나이가 맞습니다(이건 제가 83년생이라 확실합니다). 즉, 월하는 이해찬 세대보다 한 살 많은 나이인 거지요. 이런 식으로 나이 추정이 가능한 거 자체가 매우 리얼하다는 증거입니다. 뿐만 아니라, 90년대 X세대 붐과, IMF이후 벌어진 경제적인 압박, 그로인한 취업난이 그려지고 있고, 업무시간 몰래 메신저를 켜고 대화를 한다던가, 동사무소에서 잡무를 하고 있는 공익들의 묘사 등은 정말 이 작품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걸 실감나게 합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동장은 오타쿠라는 설정인데, <카드캡터 체리>를 비롯한 한국 공중파에서 인기가 많았던 작품들을 열거하여 일본 쪽 오타쿠랑은 조금 다른 한국의 오타쿠 모습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마치 옆 동네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는 것 같은 리얼함에 판타지가 섞입니다. 거창한 이세계같은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부서 중에 퇴마과가 따로 있어서 동네에 있는 귀신들을 소탕한다는 설정이죠. 월하가 있는 동사무소는 그것에 특화되어 있는 특별 동사무소입니다. 재미있는 건 귀신이나 도깨비들도 수학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들을 붙들기 위해선 수학 공식을 외워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월하를 비롯한 동사무소 직원들은 수학정석이나 개념원리 같은 고등학교 수학책을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해야 합니다; 귀신들도 기껏해야 신발이나 훔쳐가는 정도기 때문에 위험한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암담한 대한민국의 현실 때문에 공무원이 된 월하와 앞으로 그와 엮여질 것 같은 오타쿠 동장님이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겪는 작은 에피소드가 모인 작품이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작품의 포인트는 아기자기함에 있습니다. 큰 훅이 없이 진행되는 건 어쩌면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으로 지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월하와 동장, 그리고 동사무소 직원들의 입담만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하고 있지만, 중심 되는 갈등이나 사건이 없어서 약간 늘어진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월하의 동사무소>는 일상 속에 판타지를 솜씨 좋게 버무린 수작이며 부담 없이 읽고 즐기기엔 최적의 작품이라 봅니다. 대원씨아이의 'issue노벨'에서 5권까지 나왔고, 마지막권인 6권은 개인지로 냈습니다. 6권을 구입하고 싶으신 분들은 한양TOONK나 작가님의 블로그에 따로 신청해야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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