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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잡지의 역사 1] 월간 우뢰매
[한국 애니메이션 잡지의 역사 2] 애니메이툰 [월간 모션(Motion) 1997년 6월 ~ 1998년 9월] 월간 모션은 개인적으로 참 애착이 가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창간호가 나온 1997년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괴작품이 애니메이션계를 휩쓸 때 였고, 그 해 여름은 청소년 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이현세씨의 <천국의 신화>를 비롯하여 한국 만화계가 위협받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정부에서는 문화 산업을 육성시킨다고 설레발치던 시기라 애니메이션 관련 페스티벌이 여름에만 동시에 세 군데에서 열리기도 했었죠(모션 창간호에는 무려 이수성 전 국무총리의 추천사도 들어있습니다;;). 일본문화 개방이야기가 슬금슬금 수면위로 올라왔고, <영혼기병 라젠카>를 비롯하여 한국 TV애니메이션이 의욕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년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1997년에 본격적으로 덕후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_-;; 모션 창간호가 나오는 날, 학교가 끝나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갔지만, 5시 이후에 들어온다고 해서 기다리곤 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런 시기에 많은 기대를 등에 지고 나타난 모션. 일본의 뉴타입같은, 본격적인 상업적 애니메이션 잡지가 나오는가하고 뚜껑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나오는 건 큼직한 그림과 큼직한 글씨로 쓰인 기사들. 그래도 각 PC통신 동호회 시삽들이 모여서 만화와 애니메이션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기사는 꽤 괜찮았습니다. (MP3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게 이때부터 문제시되었었죠. 물론 당시까지는 음반 같은 것도 잘 나가던 시기라 지금처럼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만) 이후 모션은 창간호의 부족한 정보를 보안하며 착실하게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갑니다. 모션 창간호부터 마지막까지. 한국 작품 표지 비율이 50%나 된다. 모션은 애니메이션 전문지답게 최신은 물론 과거의 명작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것에 주력합니다. 잡지 구성은 일본의 뉴타입에서 많이 따와 작품 소개 이외에도 AV기기나, 피규어, 게임 작품들도 소개합니다. 그리고 당시에 많은 관심을 모았던 <영혼기병 라젠카>, <녹색전차 해모수>, <바이오캅 윙고>같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취재했던 것은 당연하지만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전에도 애니메이션이야 제작되었지만, 제작진과 시청자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모션을 통해 비로소 제작 소식도 전해지고, 캐릭터 디자인을 비롯한 정보도 독자들에게 빨리 전달되기 시작했지요. 그저 결과물만 볼 수 있었던 시대에서 제작 과정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요. 저는 모션을 통해 목소리만 알고 있던 국내 성우 분들 얼굴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진의 <바람의 나라>가 모션을 통해 연재재개 한 것도 꽤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션은 몇 가지 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순수 국내작품인 만큼 국내 사정을 중심으로 잡지가 구성됩니다. 일본 작품을 다룬다 하더라도 국내에 방영되는 작품을 중심으로 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애니메이션 기반이 든든한 나라가 아닙니다. 시청자는 있었지만, 시장은 제대로 형성되질 못했죠. 따라서 다루는 작품 숫자도 적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광고가 적습니다. 게임 잡지에서 게임광고하고, 영화잡지에서 영화광고 하듯이, 애니메이션잡지에서는 애니를 광고해야 하는데 1997년 당시 무얼 광고할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DVD가 나오던 시절도 아닙니다. 이는 월간 우뢰매 때도 동일하게 겪었던 것입니다. 우뢰매는 광고부족으로 폐간 되었거든요. 그리고 정보에서 깊이가 없습니다. 일본판 뉴타입은 정보의 빠르기로 승부하는 잡지입니다. 최신 애니메이션 제작 정보와 일러스트, 수많은 광고로 먹고사는 잡지라봐도 큰 무리가 없죠. 그러나 모션은 일본 애니메이션 정보에 있어서 뉴타입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뉴타입이 한국에도 들어와서 볼 사람들은 다 보는 상황이었고, PC통신 게시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 확인 가능했죠. 현지에 있는 정보와 한국의 정보 역시 동일할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리고 한국 애니메이션이 엄청난 지지를 받는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 애니에 관심 많은 애니팬이 한국 애니 관련정보가 많다하여 무조건 잡지를 사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면 그 대안이 있다면 깊이 있는 평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판 뉴타입에는 없는, 당당히 작품을 비판하고 분석하고 곱씹는 그런 기사 말이죠(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없어진 영화잡지 키노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모션은 그렇게까지 나아가진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꽤 어정쩡한 위치가 되어 버린 거죠.
모션 최고의 쾌거(?)라 할 수 있는 한복입은 레이 일러스트(1998년 1월호 부록). 모션이 가이낙스에게 직접 의뢰하여 만들어졌다. 사진은 1998년 9월호 부록인 뱃지버전.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전문지였지만, 상황이 여러 가지로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잡지를 펴냈던 (주)동화서관이란 곳도 그리 큰 회사는 아니었던 것 같고요. 어쩌면 사회적으로 가장 만화와 애니가 주목받던 시기에 탄생하여 IMF로 몰락한 시대의 불운을 타고난 잡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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