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노벨 “초(超)” 입문> - 친절한 라노베 입문기

감상문이 아니라 소개글이 될 것 같다. 라이트 노벨은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몇 작품 읽어보지 못한 초짜이기는 하나) 대한민국 땅에서 그리 오래된 물건은 아니다. 물론 90년대 중후반에 <슬레이어즈>의 인기를 등에 업고 몇 작품 반짝 출판한 시기가 있기는 하였으나, 본격적인 라이트 노벨 시장이 2002년 NT노벨의 창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일본은 이미 30년전부터 라이트 노벨의 맹아(萌芽)가 있었고, 20년 전에 기본적인 패턴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그 일본도 라이트 노벨이 ‘라이트 노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수면위에 떠오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몇 년동안 새로운 라이트 노벨 레이블이 만들어져 이미 포화상태라 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에서도 ‘대체 라이트 노벨이 뭐야?’라는 일반인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봉래 학원(蓬莱学園)> 시리즈, <별의, 바벨(星の、バベル)>, <제스티스 갤럭시(ジェスターズ․ギャラクシー)> 등을 써온 라이트 노벨 작가 신죠 카즈마(新城カズマ)가 라이트 노벨을 처음 접하거나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다. 그것이 <라이트 노벨 “초” 입문>이다. 일단 목차를 그대로 옮겨 보겠다. 이것만 봐도 어떤 책일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할 터.


서문

라이트 노벨이란 무엇인가? - 바쁜 사람들을 위한 400자 해설


제 1장, 라이트 노벨은 어떤 소설인가?

PC통신이 이름 붙인 소설 형식/ ‘라이트 노벨’이 생기기까지/ 니트 노벨도 후보였다/ 쥬브나일소설이라 부를 수 없는 위화감/ 일러스트 의식의 탄생/ 라이트 노벨과 쥬브나일․영어덜트와의 차이/ 라노베는 정말로 가벼운가?/ 어떤 장르가 있는가?/ 소녀문화의 영향/ 장르 분류/ 서점에서 어떤 판매대로 가면 살 수 있는가?/ 메인 타겟은 중고생


제 2장, 라이트 노벨을 읽어보자

1990년=라이트 노벨 원년/ 먼저 추천하고 싶은 작품/ 장르에 영향받은 작품/ 만화․애니메이션의 영향/ 일러스트의 변천/ 그리고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은 라이트 노벨(의 일러스트)에 영향을 주었는가?/ ‘캐릭터’는 언제 생겨난 것인가?/ 라이트 노벨 캐릭터 유형과 유명한 주역들/ 70년대 히로인은 요리에 서툴다?/ 80년대는 전투 소녀의 시대/ 캐릭터가 분화된 90년대/ ‘라이트 노벨=캐릭터 소설’을 증명하는 방법/ 라이트 노벨의 인기캐릭터/ 라이트 노벨과 개그/ 저자의 후기는 반드시 읽자


제 3장, “라이트 노벨이라는 기법”을 생각하다

라이트 노벨은 “기법”이다/ 라이트 노벨과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의 상이점/ 사추(邪推)할 권리


제 4장, 라이트 노벨의 거짓과 진실

라이트 노벨은 정말 대사 뿐인가?/ 라이트 노벨은 정말로 유행하고 있는가?/ 라이트 노벨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라이트 노벨을 아이들에게 읽게해도 괜찮은가?


제 5장, 라이트 노벨은 어디로 가는가?

소설을 (단순히) 즐기는 것/ “책을 꼭 읽지 않으면 안된다/읽어야 한다”는 심성의 타당성/ 라이트 노벨의 장래는?/ “제로 장르”의 가능성


후기

라이트 노벨 관련연표



이상. 라이트 노벨에 대한 소개 뿐 아니라 평소 저자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별히 무게 잡고 쓴 책도 아닐뿐더러 마치 저자가 독자 앞에서 강의라도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기에 쉽게 읽을 수 있다. 오타쿠를 대상으로 쓴 것이 아니라 상당히 기초적인 부분까지 설명하고 있고, 주요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각주를 달거나해서 꼼꼼하게 정리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책이나 글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히 기억나는 것 몇 가지. 캐릭터 유형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도 이미 정착되었다. 도짓코, 메이드, 츤데레, 누님, 여동생, 안경, 거유, 빈유 기타 등등 대표 유형을 정의하고, 각 유형의 주요 캐릭터까지 정리해 놓았다. 근데 <반지의 제왕>의 에오윈을 도짓코로 분류한 건, 음... 영화 확장판 한정 아니던가? 그리고 그냥 대충 보고 넘겼던 일러스트의 경향까지 정리․소개해 놓았다. 만화나 애니풍 일러스트라 할 지라도 시대에 따라 채색방법이 다르다는 사실. 왜 그런지도 나름대로 분석했다.


특히 3장 이후는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저자의 심정이 들어간 부분이 많았다. 오타쿠를 오타쿠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사추(邪推, 왜곡하는)하는 능력을 뽑은 것에는 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덕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캐릭터의 애정을 2차 창작이나 혹은 그 2차 창작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것도 원작을 일부러 비트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단순히 애니나 캐릭터와 노래를 많이 안다고 오타쿠라 하기는 좀 힘들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선 다음에 자세하게 쓰려고 한다.


4장은 저자가 약간 폭발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나름 서브 컬쳐가 잘 발견되었다고하는 일본에도 오해가 많은 것 같다. 회화(대사)밖에 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향해 뒤망의 <삼총사>를 예시로 들면서 반격한다. 흔히 일반 고전 명작이라 칭하는 작품들도 대사 뿐인 작품들이 많다는 거다. ‘지문이 적음=예술성 없음’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라노베 작가는 정말 코스프레를 하고 있냐?’는 황당한 질문에도 일일이 대답하고 있다;;


특히 ‘라이트 노벨을 아이들에게 읽게해도 괜찮은가?’라는 부분에서는 이 질문 자체에 상당히 불편해하고 있다. 아마 라노베를 아이들이 읽어서는 안되는 불건전한 물건 쯤으로 보는 시선이 무척 껄끄러울 것이다. 그런 질문을 하는 넥타이 맨 사람들(저자의 표현)은 어렸을 적에 얼마나 건전한 것만 보고 살았느냐고 반문하는데,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이런 책이 과연 국내에 나올 수 있을까? 한국 라이트 노벨 시장도 어느 정도 정착되었으니 나올 법도 한데, 아직 그런 용감한 출판사는 없는 것 같다. 이 책 자체도 2006년도에 나왔으니 조금만 지나면 가치를 읽을 것 같은데, 그래도 나와줬으면 하는 심정은 지울 수 없다. 나온다고 라이트 노벨에 대한 편견이 바뀔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라노베가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소개해 줄만한 책 한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이만 소개글을 마친다. 흠흠.


도서 정보




 

ライトノベル「超」入門
신죠 카즈마 지음
ソフトバンククリエイティブ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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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카 | 2009/06/06 16:32 | 독서 나눔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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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keith at 2009/06/06 20:32
얼마 전에 보여주셨던 그 책이로군요. 소개글을 읽어보니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Commented by 젠카 at 2009/06/07 18:13
읽어보렴~
Commented by 셸먼 at 2009/06/06 23:18
캐릭터 소설 쓰는 법을 하도 재밌게 읽어서 이런거 좀 많이 나왔으면 하는데 무리일려나요...
Commented by 젠카 at 2009/06/07 18:13
그러게요. 하나쯤 나올만도 한데요.
Commented by 펑거스 at 2009/06/07 05:17
국내 정발은 안 된 겁니까(...) 아흑 언어장벽OTL
Commented by 젠카 at 2009/06/07 18:13
네 안되었습니다..ㅠㅠ
Commented by 시노 at 2009/06/08 10:05
이 글을 보니까 구미가 당기네요. 저, 정발!!
Commented by 젠카 at 2009/06/08 12:17
제발 정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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