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이 가이코츠의 추리노트> 1권 - 라이트한 추리소설

나는 국민학생(나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시절 추리 소설을 참 좋아했다. 집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셜록 홈즈 시리즈(단편 40개가 따로 분권되어 전집처럼 되어 있는 시리즈였음)를 읽기 시작했던 것이 그 시작점이었다. 그 때는 어린애답지 않게 막연하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당시는 열차가 전복되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배가 침몰하고,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고, 가스가 폭발하던 시대였다.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때, 뉴스에서 들었던 기장의 마지막 대화와 엔진 소리가 얼마나 무섭게 느껴졌던지. 그런 으스스함을 추리소설에서도 느꼈던 것 같다. 그래도 추리소설은 뒤 끝은 없다. 귀신이야기 같이 애매하게 독자를 공포 속에 남겨두지 않고, 분명하게 사건의 진위가 밝혀지며 끝나기 때문이다.


라이트 노벨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학원물이나 판타지물이외에 이런 추리소설도 가능하다. <히라이 가이코츠의 추리노트>는 추리소설이다. 또 동시에 라이트 노벨이다. 그러면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면서 동시에 라이트 노벨이라 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는 일반 추리소설에 비해 캐릭터가 강하다. 물론 역대 추리소설은 대부분 캐릭터가 강하긴 했다. 셜록 홈즈는 지금보면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캐릭터 소설에 가깝고, 회색 뇌세포 포와로나 미스 마플, 장님 탐정 드루리 레인 등 사실 탐정들은 하나같이 캐릭터 성이 강하다. 하지만 대부분 그 캐릭터는 사건을 해결하는 이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히라이...>의 경우는 히라이 가이코츠 이외에도 실제적으로 사건을 이끌어가는 카와카미나 스즈와 그녀의 동생 같이 전형적이라 할 만큼 만화 속의 캐릭터를 닮아있다. 특히 카와카미랑 스즈 사이에 로맨스가 양념같이 살짝 뿌려질 가능성도 풍기고 있어 기존의 일반 추리 소설에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런 요소와 더불어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올시다'풍의 문체는 무거움을 상당부분 덜어내어 전체적으로 소설을 라이트하게 한다.


<히라이...>에는 사건 해결 그자체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사건 자체는 살인사건이긴 하지만 거창하지 않다. 모 소년탐정처럼 쓸데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도 않는다. 대신 언론과 경찰사이의 마찰같은 당시 사회의 모습은 물론이고, 살인과 살인자에 관한 작가의 메시지 등이 담겨져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에 대한 고찰이라고 해야하려나? 사건의 진상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려 했던 히라이의 모습은 포와로나 드루리 레인 같은 탐정들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듯도 하다.

도서 정보





히라이 가이코츠의 추리노트 1(平井骸惚此中ニ有リ)

시로 히로히코 지음, 무츠키 문쿠 그림, 박소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7

by 젠카 | 2009/06/05 11:08 | 독서 나눔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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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min at 2009/06/05 13:50
저도 비행기가 추락하고 다리와 백화점이 무너지는 시기에 국딩이었죠.. 하지만... 전 그때 산골에서 살아서 위험은 그다지.. 당시 서울 살던 저와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은 아마도 피부로 공포를 직접 느꼈을 듯 하네요..
Commented by 젠카 at 2009/06/06 12:46
서울 근교에서 살았습니다만, 백화점 들어가기가 겁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성수대교 무너지기 5분 정도 전에 같은 다리를 건너갔고;
Commented by 펑거스 at 2009/06/05 14:13
전 제가 다니고 있을때 초등학교로 바뀌었죠;ㅅ;
뭔가 마지막 문장을 보니 끌리는 작품이군요.
Commented by 젠카 at 2009/06/06 12:47
범인을 알고 있는데도 밝히기를 주저하죠. 그런면에서 김전일은 진짜진짜 나쁜 놈!!! 범인의 프라이버시 같은 거 전혀 생각안하는 놈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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