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1권 - 누구에게나 추천 가능한 소설!

<늑대와 향신료>는 여러모로 익스트림 노벨의 최고 히트작이라 할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화도 분명히 인기에 한 몫 했을 거다.


라이트 노벨이 오타쿠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형화된 캐릭터와 오타쿠 코드에 철저히 맞춘 전개. 물론 일부러 그런 전개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피한다는 것 자체가 오타쿠 문화를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소위 오타쿠라 불리는 사람들의 취향을 적절히 건드리며 완성도가 높았을 때 인기작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라이트 노벨은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석이 있다.


하지만 <늑대와 향신료>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인기작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판타지이면서도 흔히들 생각하는 전투가 섞인 그런 판타지가 아니다. 아니, 실제 존재했던 중세 끝 무렵의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다른 세계를 구축해야하는 판타지와는 구분된다. 이 작품에서 판타지 적인 요소는 바로 히로인 현랑(賢狼) 호로 뿐이다. 뭐, 그냥 늑대 인간이다.


작품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경제적인 요소. 애초에 주인공이 상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서양 중세끝자락이야 요즘 같은 상법도 분명하지 않았을 터이니 각종 사기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기를 당하지 않고 이윤을 남기려면 때론 남을 등쳐먹을 줄도 알아야 되는 게 상식이 되는 사회다. 주인공 로렌스는 이제 막 초짜를 벗어난 젊은 상인으로 험한 상인 세계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며 살고 있다. 작품 중에 은화의 금속 비율이 어쩌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고 올라가서 이윤이 어찌되고 하는 등의 각종 경제 상식이 펼쳐진다. 아마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꽤 흥미로울 부분이다. 중세 경제를 중심으로 한 소설이 내가 알기로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두 번째는 로렌스와 호로사이의 밀고 당기는 러브스토리. 두 사람(?)의 공통점은 외로움. 그래서 둘은 공식적으로 사귀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암묵적 동의하에 서로 떨어지기 싫어한다. 라이트 노벨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라노베는 지문은 별로 없고 순 대화 뿐 아니야?’라는 건데 <늑대와 향신료>는 그런 작품으로 분류될만한 소설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특히 두 사람의 대화는 상당히 섬세하다. 오히려 실제에 가까워서 놀라울 정도. 실제 말과 그 말에 내포된 생각은 조금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묘사된 부분이 군데군데 있다. 개인적으로 흔히들 말하는 어떤 ‘속성’에 얽매이지 않고, 아예 공식 커플화 시킨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누가 읽어도 꽤 괜찮게 읽은 만한 소설인 것 같다. 오타쿠 문화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처음 권해드리는 라이트 노벨 히트작으로서도 적당한 듯.

도서 정보





늑대와 향신료(狼と香辛料) 1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7

by 젠카 | 2009/05/29 11:34 | 독서 나눔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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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주현 at 2009/05/29 12:08
마지막 곡식 다발 속에 풍작의 신(정령)이 깃들어있고 특정 동물(늑대, 토끼, 다람쥐 등등)이나 사람(처녀, 할머니, 이방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전승은 유럽 농경문화에서 꽤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호로의 존재도 기존 판타지보다는 좀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생각.

그나저나 호로와 로렌스가 혹시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호로X끼인가...(후다닥)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29 18:47
아,그것도 그렇네. 여러모로 단순히 '소설'적 가치로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아. 아무에게나 추천 가능한 작품이라 생각해.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5/29 12:15
정말 편견입니다. 사카키 이찌로나 유우키 린만 봐도 지문이 없다는 말은 못하죠.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29 18:48
요즘 라노베는 확실히 초창기보다는 지문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지문이 적다고 문학성이 떨어지는가도 생각해 볼 문제죠. 관건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얼마나 잘 나타내느냐에 있는거지 지문의 양이 평가 기준이 되는 건 말도 안되는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29 12:37
'~군데군데 있다'는 것이 사실이긴 한데, 가면 갈수록 스스로 만든, 그리고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부분에 얽매여 새로운 제약에 빠진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
개인적으로는 조금 덜 떴더라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 초반은 확실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많이 등장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스스로 만들어낸 속성 아닌 속성 때문에 깎아먹고 있으니.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29 18:51
하아, 좀 그런면이 있구나. 인기에 따라 작품이 중간에 변한다는 건, 어쩌면 이것 또한 라이트 노벨의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 창작하는 구조면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순수문학(주류문학)보다 잡지에 연재하는 만화랑 비슷한 면이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아.
Commented by Skeith at 2009/05/29 22:01
소설을 보는데 경제적인 지식을 동원하면서 봐야 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우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애와 상술의 적절한 조화가 읽는 이를 즐겁게 해주더군요.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29 22:28
연애와 상술의 조화...^^
Commented by 마법시대 at 2009/05/29 23:19
어딘가에서 늑향 1권과 실제 중세시절의 모습을 비교해놓은걸 본적이 있는데... 고증에 꽤 정성을 다한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30 14:30
오오... 과연 그렇군요!!
Commented by 펑거스 at 2009/05/30 01:35
이걸 애니로 먼저 봤었는데, 돈계산엔 쥐약인 저로선 은화 어쩌구 하는 얘기에 그저 벙 찌기만 했었죠. 그래도 쓰기 어려운 '경제'라는 소재를 부담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인지라 저는 거의 라이트노벨의 교과서로 받들고(?)있습니다.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30 14:31
저도 돈계산... 아니 숫자에 약해서;; 그래도 참 적절하게 잘 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at 2009/06/26 03:48
채월야 1~4권 애장판이랑 같이 사려는데, 어쩐지 늑향.. 사면 오타쿠 소리를 들을것 같아서요... 지금 아직도 고민중임..
Commented by 젠카 at 2009/06/26 12:21
늑향이랑 오타쿠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참 사회적 통념이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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