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 주제는 취향 존중!

후시미 츠카사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俺の妹がこんなに可愛いわけがない)>는 발매되자마자 매진 행렬이 계속되고, 신속히 출판만화화되는 등 바다 건너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화제작이다. 이글루스에서도 일본어 가능한 몇몇 본좌분들이 칭찬들을 많이 하셔서 국내 정발되기 전에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했다. 그나저나 환율...ㅠㅠ



1. 근친물은 아니다. 근친물은.

제목은 낚시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근친물이라 오해받기 십상이나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 화제를 모을리 없다. 자고로 인기작이란 전형성을 탈피하거나, 아니면 정말 잘 구성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 경우는 전형성을 탈피한 경우에 속한다(즉 이 작품이 노선을 바꿔 근친으로 간다면 좃망한다).


글은 코우사카 쿄스케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며 쉽게 읽히는 편이다. 쿄스케는 평범하게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외모나 성적이나 어느 면에도 평범 그 자체다. 그에게는 키리노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사실 그녀는 스포츠, 학업 등 못하는 것이 없고, 예의까지 깍듯하여 주변 어른들의 칭찬을 받는 것은 물론, 외모까지 뛰어나 중학생인데도 이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그야말로 엄친아의 전형을 보여주는 수퍼걸같은 존재. 오빠랑은 사이가 극도로 나빠 몇 년간 대화다운 대화도 못해본 모양. 무슨 짐승이라도 쳐다보듯이 오빠를 바라본다. 그런데 그렇게 잘나가는 동생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으니, 그녀는 사실 에로게임 오타쿠였던 것이다. 그것도 여동생 근친물만 좋아한다는-_-;;


이야기는 키리노의 비밀이 오빠에게 들키고, 당황한 동생이 오빠에게 인생상담을 신청하면서 시작된다. 오빠는 투덜대면서도 결국 여동생의 고민을 모두 해결해준다는 내용. 어찌보면 TV용 시트콤용으로 딱이다 싶을 구성을 띠고 있다.



2. 주제는 취향 존중!

표면적 주제는 ‘오빠와 여동생 사이의 갈등을 통해 성장하는 가슴 따뜻한 가족코믹물’이라 할 수 있겠으나 내면에 깔린 작가의 목소리는 ‘취향좀 존중해줘’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오타쿠에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 보라고 만든 소설같기도 하다는 뜻이다.


책내용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오덕스런 설정을 요령껏 피해간다. 소꿉친구는 예쁘지 않고, 여동생은 순종적이지 않다. 미연시게임 처럼 부모님들이 외국가있거나 하지도 않다. 오히려 철저하게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야(작품 속에서도 이런 말이 몇 번 나왔던 거 같은데)’라고 외치고 있다. 즉 오덕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환경은 오덕스럽지 않다. 비슷한 만화로 당장 떠오르는 건 <현시연>인데, 그것보다도 더 노멀한 것 같다.


대신 그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덕 문화를 접하게 하고, 일반인들이 비록 오덕 문화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오타쿠 문화도 엄연히 많고많은 취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하려는 생각이 아예 노골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어느정도 일반인 독자층도 염두해 둔 것 같다. 예를 들어 에로게 플레이 방법을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거나,  오타쿠들의 오프라인 모임이 열린 메이드 카페의 내부 분위기와 메뉴에다 주문받고 음식나오는 세세한 과정까지 자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일반인인 화자 쿄스케가 이를 겪으면서 오타쿠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벗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취향 존중’변호는 마지막 부분의 ‘필살 분서갱유 막기’사건을 통해 극에 달한다. 혹시 10대 시절, 부모님께서 공부안하고 만화 많이 본다고 책을 전부 버리시거나 한 적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보라. 보수적인 부모님에 의해서 지금 껏 모아왔던 모든 콜렉션이 일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장면이 나올 뻔하니까. 아버지가 키리노의 취향을 반대하는 이유도 ‘범죄 저지르는 사람들 집에 가보면 폭력적이거나 외설적인 게임이나 만화가 가득하더라’라고 하는 일본의 PTA나 옛날 우리나라 YWCA의 시점을 그대로 반영한다. 서브 컬쳐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이 가득한 시선. 모델활동하며 머리에 물들이는 건 되는데, 애니는 안된다라. 아마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쿄스케가 살신성인의 경지에 이르러 아버지의 횡포를 막아내는 모습에 무척 후련함을 느낄 것이다.



3. 그 외...

쿄스케는 성인 군자급의 인내력으로 사건 해결. 근데 정작 여동생은 전혀 감사한 기를 보이지 않는 개념 없음. 와 정말 위대한 오빠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니! 


1권은 주로 쿄스케와 키리노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그 외 인물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오프모임에 나온 등장인물들이야 너무 포스가 쩔어 오히려 매력이 없고,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고 캐릭터는 쿄스케의 소꿉친구 타무라 마나미라 생각한다. 공부는 제법 하는 편이지만 외모는 지극히 평범, 거기다 할머니 같은 성격. 하지만 실제로 저런 친구가 계속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몇백원짜리 음료수만 사줘도 그렇게 행복해할 수 있다니! 쿄스케는 남자인 주제에 츤데레 같이 굴고 있지만, 은근히 마나미에게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자기 외의 사람이 마나미 험담하는 건 참을 수 없다나? 이것만으로도 이 녀석은 인생 승리자다. 반면 가장 짜증나는 캐릭터는 어머니. 노골적으로 자식 비교라니;; 읽는 순간 욱! 했다=_=


6월, NT노벨에서 정발예정이라 한다. 정발되면 또 사서 봐야겠다. 코믹스판은 절대 비추!!!!!!

도서 정보




俺の妹がこんなに可愛いわけがない
후시미 츠카사 지음, 칸자키 히로 그림
電撃文庫 (전격문고)
2008

by 젠카 | 2009/05/09 13:37 | 독서 나눔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taeppo.egloos.com/tb/413525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aLmin at 2009/05/09 14:33
일러스트도 예쁘고 평판도 좋아서 사볼까 생각했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군요.. (응!?)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10 08:35
취향 존중(응?)
Commented by 노란개구리 at 2009/05/09 23:10
요즘들어 일러스트만 보고 사게되는 작품이 너무 늘어나는 듯 한데요...
취향이 아니거늘 ㅠㅅㅠ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10 08:36
일러스트도 엄연히 작품의 일부인지라^^;
Commented by Skeith at 2009/05/10 00:27
정발!!!! 우왓 이건 좀 감솨...형님께 간단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읽어보니 또 새롭군요. 실제로 저런 윗사람이 있다면 정말 대단할 것 같습니다. 진짜 성인군자; 저는 분서를 하도 많이 당해서 그런지 저거 보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10 08:36
정발 최고...ㅠㅠ
Commented by 무명 at 2009/05/10 09:01
2권 마지막은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3권은 좀 심각한 문제가 나오구요.

하지만 모두 오덕스러운 소재(까는 표현이 아닙니다)로 되어 있고, 근본적으로는 1권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어서 괜찮더군요.

3권 보니 아무리 길어도 6권 이상 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마는, 이건 좀 아쉽네요. 결론은 정발 만세 ㅠㅠ
Commented by 젠카 at 2009/05/11 01:43
오오 일단 기대기대^^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