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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4 22:43

세상속으로 스며들기 생각 나눔

2008년 여름. IVF는 11년만에 전국수련회를 가졌습니다. 주제는 '섬광, 세상으로 스며들다'였지요. 여기서 섬광은 '섬기는 빛'을 의미합니다. 즉 IVF의 비전인 '캠퍼스와 세상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조금 변형, 구체화 시킨 거라고 보면 될 겁니다. 캠퍼스와 세상 속에서 섬김의 빛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저는 여기서 '스며들다'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스며드는게 무엇이죠? 네, 기름과 물같이 따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말합니다. 캠퍼스의 공동체 안에서 사랑받고 섬기고 사랑하며 그 힘으로 세상속에 나가서 주님 나라를 위해 일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은혜롭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과연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세상속에 스며들고 있는가?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신실한 모태신앙인의 예를 하나 보겠습니다.

모태신앙인 A는 어려서부터 교회일에 열심이었습니다. 주일학교때부터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모범생이었죠.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수련회를 통해 처음으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 평생 헌신을 다짐합니다. 그러던 그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술자리'의 관문을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당연히 모범생으로 살아온 A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어찌어찌 분위기를 맞추긴 하지만 사람들과 영 친해지기 어렵습니다. A는 자연스레 선교단체에 몸을 담게 되고 거기서 평안을 얻습니다. 그는 선교단체의 리더가 되어 열심히 주님을 위해,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섬깁니다. 전도도 열심히 합니다. 책도 열심히 읽습니다. 기도도 열심히 합니다. 죄로 뒤덮인 세상을 보고 울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 그의 삶 속에서 세상은 그와 동떨어진, 어쩌면 문자 그대로 세상가운데 살지만 불신자와의 교류는(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의도적 만남이외에)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속에 직면합니다. 세상을 섬기겠다고 하지만 그 세상은 '실재'가 아닌 '관념'으로만 남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는 저의 이야기에다 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와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캠퍼스와 세상을 위해 더욱 헌신을 할 수록 세상과는 더욱 멀어지는 아이러니. 어떤 분은 그것이 당연하고 옳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 A가 졸업했을 때, 그는 어떤 상황에 놓일까요? 학생시절에는 '선교단체'라는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장인 A에게 이제 그런 공동체는 없습니다. 물론 교회나 신우회가 있긴 하지요. 그러나 '같은 캠퍼스'안에서 '같은 고민'으로 '함께 했던' 공동체와는 다릅니다. 교회나 신우회에서 힘든 직장생활을 나누며 위로를 받을 수는 있을진 몰라도 대학시절의 선교단체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큰 힘이 들 것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까요? 물론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두가 그런 부담을 지기는 무립니다. '공동체'를 새로 만드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죠.

A는 고민할겁니다.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직장생활. 세상속에 온전히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자신의 모습. 아니면 무너져서 세상속에 휩쓸릴 수도 있겠지요.

'전도'를 위해 불신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세상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선 캠퍼스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술자리가 불편하다고 무조건 피하기 보다 그 곳에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적어도 안정적인 공동체가 있을 때 말입니다.

촛불집회같은 데도 참여해보는 것도 괜찮겠죠. 찬성하고 말고를 떠나서 현장에 직접 개입하는 건 거리감을 줄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학생회의 집행부일도 해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그렇다고 그리스도인임을 숨기지 않고 같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제약이 있습니다. '시간', 그리고 가장 큰 적인 '두려움'(사람따라 다를 수 있긴 한데)이 바로 그것이죠. 이건 저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되진 않는다고 봅니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누군가는 세상속으로 나가보고 싶어도, 공동체에만 헌신을 해야하는 사람도 있고, 한 번 나가 보는 게 유익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안에 '갇혀' '자기들만의 리그'가 되는 건 주님께서도 원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 이 둘 사이의 긴장을 언제나 염두해두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이상, 오늘 있었던 과 개강총회에 참석하면서 들었던 상념들이었습니다. 평소 만나는 IVF사람들, 교회 사람들, 직장에 다니는 학사님들과의 대화도 물론 반영되어 있구요. 저부터 '관념'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어들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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