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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00:10

신세기 에반게리온 서 - You are (not) alone 감상 애니 나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셔서 딱히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저도 보고 왔습니다. 1월 24일 오리CGV에서 보고 오늘(1월 31일) 용산CGV에서 또 보았죠. 극장에서 같은 영화 두번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제가 이 작품에 애착이 있는 거겠죠. 감상문은 잡설 비슷하게 써나가겠습니다.

- 사실 처음 극장에서 감격한건, 내가 이걸 '극장에서' 봤다는 사실 자체에 있었습니다. 아마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에반게리온이 한창 히트칠 때,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 문화의 정식 수입이 안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처럼 '나루토'같이 일색 짙은 작품이 별 여과없이 TV방영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더구나 일본만화는 물론 원어로 된 작품을 정식으로 본다는 건 희망사항에 불과했었죠. <신세기 에반게리온>역시 일지감치 대원을 통해 비디오 출시가 되었지만, 무수한 가위질에 초반부의 성우 미스랑 엄청난 창작 번역들과 과도하게 한글화된 용어들('세컨드 임팩트'는 '제2차재난'이었죠..네)로 인해 본모습을 찾기 힘들었고, 당시 오덕들에겐 음성으로 유통되던 자막판 비디오를 통해 이 작품을 보았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 역시 그 비디오를 하나씩 사서 보았고(4화씩 든 비디오 장당 만원ㅠㅠ), 때론 사기를 당하면서 보았던 게 에바였습니다. 역시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화보집이나 사운드트랙(SM이라고 기억하시는 분 계시는지?), 필름북등도 사보았죠.(지금은 상당수가 빌려주거나 하면서 사라짐..ㅠㅠ). 20화이후엔 LD가 나오지 않아서 TV녹화판을 사보았고, <데쓰 앤 리버스>때는 극장에서 누군가가 캠코더를 찍어온 것에다 자막을 달아서 보았죠. 투니버스에서 재더빙해서 방송해준다고 난리난적도 있었는데, 무산ㅠㅠ 아마 당시 에바에 미쳐 날뛰던(^^;) 분들이라면 다 비슷한 경험들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에겐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하게 만들어준 작품이고, 여러번 반복해 보았던 만큼 애착이 많죠.

지난 10년간... 생각해 보면 엊그제 같기도 한데, 많은 세월이 흘러서 음성적으로 보던 '원판 에바'가 지금은 리뉴얼판까지 다 DVD출시되고 이제 새롭게 만드는 극장판이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되어 그것을 본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더군요. 역시 사람은 오래살고 볼 일인가 봅니다(응?)

- 자 이제 작품 이야기. 내용이야 다른 분들이 워낙 다 언급해 주셨으니 넘어가고 저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부제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보겠습니다. 에반게리온은 심리학, 종교학, 세기말적 분위기, 미소녀, 메카닉, 각종 떡밥 등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들이 다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이 실제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서툴러서 외로워 하는 이'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을 일상이 아닌 로봇 애니로 풀어갔던 점이 독특했던 것이지요. 위와 같은 사람들이 누굴까요? 오타쿠? 네 그렇습니다. 오타쿠가 가장 대표적일 것 같네요. 그러나 단지 그것만은 아닙니다. 일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아니 이제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닌, 개인주의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고립. 사람이 존재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하나의 도구가 되어가는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쾌할한 척 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던가, 아니면 아예 숨든가, 자신을 속이든가...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갑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서로간에 상처받지 않는 거리를 찾는 것'으로 여기는 미사토와 리츠코는 그런 사회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신지는 찌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직합니다. 적어도 속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사람들을 너무 답답하게도 하지만 가식적이지는 않습니다. 본래 에바는 성장 애니입니다. 그러나 TV판은 그 원리를 의도적으로 엇나갔습니다. 중반까지는 신지의 성장과정을 상당히 따뜻한 시선으로 그립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말그대로 '폭주'를 하는데, 계속되는 배신과 자신에 대한 실망감, 유일하게 진심으로 다가왔던 카오루에게마저 배신당하는(최소한 처음에는) 신지는 절망해버리고 맙니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미사토가 자기 목숨까지 버려가며 신지를 격려하지만 이놈의 신지는 당최 움직일줄을 모릅니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거의 직설적으로 신지로 대표되는 '자기세계에 틀어박혀 사는 이들'에게 제발 밖으로 나오라고 당부합니다. 꿈이라는 어떤 허상을 좇으며 그것으로 자기 위안을 삼고, 현실의 복수를 꾀하는 이들에게 '너희가 보는 에반게리온이라는 것은 현실이 아닌, 애니메이션일 뿐이야'라며 현실세계(실사 즉 애니메이션이 아닌)와 성우들의 모습,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제발 좀 벗어나라고!!

"지금의 만화는 독자를 현실로부터 도피시키고 거기서 만족을 찾는 장치에 불과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마니악한 사람일수록 그 쪽에 너무 파고들고 일체화되어 그 이외의 것을 인정하지 않게 되어버립니다.(중략) 에바이후로 한 때 탈 오타쿠를 의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만화 팬과 업계의 지나친 폐쇄성에 염증을 느꼈을 때입니다. 당시엔 굉장한 자기혐오를 느꼈지요. 자포자기 상태였습니다." - 감독부적격(안노 모요코) 중 안노 히데아키의 인터뷰-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나요? 안노 감독의 신변에서 가장 변한 것은 바로 결혼이라는 겁니다. 네, 그도 사랑을 하게 되겁니다(하아~)

"결혼 후에도 그런 자신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조금 변했다고 느낍니다. 탈 오타쿠로서 그 핵심 부분이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비 오타쿠적인 요소가 추가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오타쿠이면서도 오타쿠가 아닌, 지금까지의 저에겐 없었던 새로운 감각이로군요. 으음, 재미있는 세계입니다. 이건 모두 아내 덕분입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 감독부적격(안노 모요코) 중 안노 히데아키의 인터뷰-

감독의 심경 변화는 작품에도 드러납니다. 무려 타이틀이 '넌 혼자가 아니야' 입니다. 이 얼마나 열혈스럽습니까아? 예전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카피가 '그러니까 모두가 죽어버리면 좋을텐데'였던 거랑 비교하면 얼마나 긍정적이고 플러스요소가 가득한지요. '안노, 넌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신지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신극장판을 보고 많은 분들이 놀라워 했던 점이 '열혈 신지'의 발견인데요, 성격설정 자체를 바꾸었다기 보다 감독의 의도는 신지가 주변사람들의 신뢰를 조금씩 느끼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4화정도까지는 대사도 인물들의 역할도 TV판과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만, 유난히 달라진 설정부분이 응원전이었죠. 그리고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 미사토가 손을 꼭 잡는 씬입니다. 첫번째 볼 때는 몰랐는데 두번째 볼 때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리리스를 보여주러 가면서, 나가면서까지 꽉 손을 잡는 미사토. 그리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너 혼자가 아니라'고 일러주는 미사토. (예전 극장판에서 '너 알아서 굳세게 살아가라'던 미사토랑은 다릅니다)또 신지를 응원해주는 반 친구들. 야시마 작전때 전국민의 이목이 주목되는 모습(이 씬은 TV판에 없었습니다). 그 모두가 신지는 혼자가 아님을 나타내주는 것이었지요.

아직 아버지에게는 사랑받지 못했지만, 그는 어떻든 지금 관심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조금이나마 깨닫기 시작한 것이지요. 안노가 진짜로 성장애니로 이 시리즈를 끌고간다면 아마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사람은 사랑받으면 변한다!!

- 제가 특별히 8화까지는 거의 대사를 외울 정도로 봐서 성우들의 미묘한 변화도 캐치할 수 있었는데, 제일 변한건 카츠라기 미사토 소령(TV판에선 대위였는데 승진했남;)을 맡은 미츠이시 코토노였습니다. 뭐랄까요, 저음화되었더군요;; 전반적으로 목소리 톤이 낮추어진 것 같았습니다. 신지도 초반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당황했었구요. UN아저씨들은 오바가 늘었더군요;;;

- 신지가 '혼자가 아님'을 강조하려다보니 반면 토지랑 켄스케가 약해져버린 느낌이네요. 학교에서의 그들사이의 우정이 자세히 나오질 못했어요. 가출편에서 켄스케만나는 장면도 없고요. 특히 전 시리즈를 통틀어 제일 좋아하던 미사토와의 재회 장면. '다녀왔습니다', '어서오렴'이 빠진게 너무 아쉽네요.

- 라미엘의 먼치킨화야 많은 분들이 놀라셨던 만큼, 저도 놀랐습니다. 기술의 승리(?). 그리고 라미엘이 대단해 보인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사운드라고 생각합니다.

- 오리역보단 용산역쪽의 화면이 깨끗하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람들도 많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엔딩크레딧 끝날때까지 앉아있었지요. 모든 건 예고편 때문에. 남아있던 분들은 역시 거의 2,30대 분들. 아마 애니쪽에 일가견이 있던 분들로 사료됨^^;;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파의 개봉도 기대중입니다.

- 그럼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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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산왕 2008/02/01 02:16 # 답글

    저도 한 번 더 보러 가야겠습니다^^
  • 잠본이 2008/02/04 21:26 # 답글

    문제는 그 부제가 '넌 혼자(가 아니)야'이기 때문에 나중에 또 뭔 뒤통수를 치려나 싶어서 걱정이라지요 OTL
  • 젠카 2008/02/10 21:39 # 답글

    잠본이 님 /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믿고 싶은 거지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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