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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2 23:06

김청기 감독 - 그에 관한 오해 생각 나눔


SICAF2004에서 김청기 감독에게 공로상을 준다고 합니다. (관련기사는 이쪽)

수많은 덧글들을 보며 김청기씨가 한국 애니메이션에 끼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새삼 깨닫게 해주는군요. <로보트태권브이(1976)>으로 당시 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감독이라는 평과 그저 3류 표절감독일 뿐이라는 두가지 평가가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태권브이부터 그는 일본의 <마징가Z>를 베꼈으며, 그 후에도 슈퍼태권브이는 쟈붕글, 썬더A는 건담을, 똘이와 제타로보트는 바이오 로보, 결정적으로 스페이스 간담V는 <마크로스>의 발키리를 베껴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을 일본 작품을 표절해 돈벌고 사라진 사기꾼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꽤 있더군요.

솔직히 말해 저는 그와 같은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표절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가 적당히 베껴 돈벌고 사라진 감독이라는 것엔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김청기감독을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제 김청기감독이 만든 작품이 아닌 것 까지 도매금으로 '김청기작'으로 만들어버리는 분도 계시던데; 이와 관련해서 5년여전에도 글을 한 번 쓴적이 있지만 다시 정리해 한번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쉽게 생각해 봅시다. 다른 나라 작품 동화그려주는 게 쉬울지, 감독되서 작품 제작하는 게 쉬울지? 해외작품 수입해 트는게 쌀까요, 아니면 직접 만드는게 쌀까요? 당연히 하청제작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돈벌기도 쉽고, 직접 만드느니 수입해 트는 것이 싸죠. 그러나 김청기 감독은 남들이 가지 않은 어려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역시 일본애니메이션의 하청작업을 하던 사람중 하나였지만,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하고자 스스로 회사를 그만둡니다. 애니메이션을 그냥 애들 장난처럼 생각하는 그 시절, 그 열악한 환경가운데서 순전히 열정하나만으로 만든 작품이 <로보트 태권브이>입니다.

물론 첫작품이며 제대로 된 환경이 형성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부족한 점도 없지않아 있었죠. 일단 기본 컨셉을 이미 당시에 유행하던 <마징가Z>를 그대로 차용했으니까요. 전체적인 메카닉 설정에서부터 '제비호'같은 부분까지 마징가의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나름의 독특함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훈, 메리, 영희의 삼각관계 구도라던가, 인간적인 악당, 무엇보다 태권도와 로봇물을 결합한 것이 돋보였죠.

태권브이 외에도 김청기 감독은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는데, 개중에는 똘이장군과 같은 반공작품도 있고(똘이시리즈 전체가 반공은 아닙니다!), 졸작이긴 하지만 <꾸러기 발명왕>같은 현실적(?)인 작품도 있습니다. 심지어 <다윗과 골리앗>이나 <삼국지>같은 대하 역사물에까지 손을 대었습니다.

김청기감독의 가장 큰 공로는 애니메이션 붐을 이뤄내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마루치 아라치>나 <소년007-지하제국>같은 지금봐도 꽤 근사한(특히 소년007!)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이죠. 80년대 초중반 제작된 야구애니메이션들은 표절이 아니면서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극장용 애니메이션만으로 먹고 살기엔 너무 빠듯한 것이 사실. 그가 만약 TV시리즈를 제작했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후배들을 키우고, 기술도 발전시킬 수 있었을텐데, 이웃나라 애니 수입해다 틀기 바쁜 방송국입장에서 창작은 무리였죠. 1년에 두편가량의 극장용 작품을 하나 제작하려면 4, 5개월동안 기획에서 제작까지 모두 다 해야 하는데, 그런 환경가운데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리가 없죠. 먹고 살기 바쁜데 전문메카닉디자이너나 캐릭터디자이너따위가 나올 턱이 있습니까? 결국 스폰서가 일본메카를 그대로 내보내라면 내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아니면 굶어 죽든지요.

당시에 애니메이션붐을 타고 정말 황당할 정도로 당당하게 표절을 일삼던 제작사분들도 계셨습니다. <우주 흑기사>는 이미 유명하니까 넘어간다고 치고, <비디오 레인저007>은 아예 일본 애니메이션 <비디오 전사 레자리온>의 필름만 편집해 극장용으로 내놓았죠. 그나마 김청기 감독은 메카닉과 캐릭터 일부(...)를 베끼긴 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나름의 완성도는 존재했습니다. 안타까운건 앞서 말씀드린 그러한 괴작들(이것들이야 말로 3류표절감독들이 만든 작품들)까지 김청기감독 작품으로 매도되는 것인데요, 그만큼 인기도 많았다는 것이겠지만, 씁쓸한 감을 감출 수 없군요.

저는 우뢰매 세대로서 역시 우뢰매에 대한 이야기도 빼먹을 순 없지요. 물론 김청기감독의 몰락의 시초격인 작품이긴 하지만, 당시엔 정말 대단했습니다. 특히 이 당시의 김청기 감독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애니실사합성영화를 만드는 타사의 작품들의 완성도가 정말 보기민망할 정도로 낮았기 때문이죠. <스파크 맨>이나 <트랜스 토디>같은 의욕적인 작품들도 특수효과는 뛰어나지만 전체적인 설정이나 이야기면에서 김청기감독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솔직히 심형래감독도 못따라갑니다). 우뢰매시리즈는 비록 특수효과면에서는 엉성했지만 그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침략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지구에 들어온 외계인들(그안에 약하게나마 갈등까지 있었습니다)이나, 동생을 위해 우주인들에게 영혼을 파는 오빠, 다소 ET틱하긴 했지만, 외계인과 지구인(차돌이)의 우정, 그리고 자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초능력을 쏟아놓고 죽는 아버지등 당시의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요소가 꽤 있었던 것이죠. 그만큼 재미있었던 거구요. 그 외 <슈퍼 홍길동>역시 전래동화처럼만 여겨지던 '홍길동'을 보다 현대와 친숙하게 표현한 점이 흥미롭지요.

또한 '우뢰매'라는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문지도 창간했습니다. 전문적인 기사와 김청기감독작품 홍보물의 균형을 살리지 못하고 결국 폐간되었지만, 애니메이션에 관련한 그의 사랑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죠.

하지만 이러한 그의 열심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김청기 감독은 빚만 가득 남기고(전에 다큐멘터리 보니까 아들 결혼식에도 참석못할 정도였다고..)어느 순간 말없이 사라집니다. 월트디즈니가 날뛰고, 서태지와 아이들이후 영상문화가 눈에 띄게 발달하던 그 시절에 더이상 우뢰매가 설자리는 없었던 것이죠.

지금 김청기감독의 인터뷰기사들을 읽다보면 '과거에 얽매여' 살고 있는 듯해 매우 안타깝습니다. 지금와서 '메가 홍길동'같은 것을 만든다고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올지 의심스럽거든요. 한시대를 풍미한 김청기 감독도 이렇게 끝이 나는가 봅니다. 그를 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생각만 가득합니다.

물론 김청기감독이 감독으로서 얼마나 훌륭한가에 있어선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남들과 다른 힘든 길을 언제나 가장 먼저 걸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또 그의 작품을 보고 많은 아이들이 눈물을 흘릴정도로 감동했다는 것도 사실이구요. 단순히 3류표절 감독이 아닌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만약에 김청기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우수한 캐릭터 디자이너나 메카닉디자이너를 밑에 두었다면 지금쯤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요?


보태기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들은 세련되고 멋이 있다. 그러나 관객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부모는 자녀에게 우정.사랑.희생 등의 덕목을 가르친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잘 구성된 캐릭터를 통해 이런 심성에 감동을 줘야 관객들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태권 브이는 이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다."

인터뷰 중 김청기 감독의 말입니다. 최근 한국의 애니메이션과 심형래씨의 작품속에서마저도 간과되는 기본적인 진리-'감동'. 어릴적에 로봇물과 스포츠물에 열광했던 이유도 '우정, 사랑'류의 유치하다면 유치할수도 있는 기본덕목들에 감동받았기 때문입니다. <오세암>이 앙시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은 건 특수효과나 화려한 연출때문이 아니란 걸 다른 국내 제작사들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예전에 쓴 관련글 - 김청기감독에 대한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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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이 있는 오름직한 동산 : 부활! 로보트 태권V! 2008-05-05 15:50:12 #

    ... 예전에 써둔 글이 있습니다.-김청기 감독에 대한 다른 생각 : 제가 한창 태권브이에 빠져 살던 1999년에 썼던 글입니다. 지금과는 생각이 다른 부분이 더러 있습니다.-김청기 감독 - 그에 관한 오해 : 비교적 최근(2004년;)에 쓴 글. ... more

덧글

  • 이십오 2004/08/13 01:04 # 답글

    덕분에 어린 시절 즐거웠던 추억이 있으니...-_-;
  • 알트아이젠 2004/08/14 09:20 # 답글

    그러더보니까 예전 뉴타입에서 김청기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젠카님의 이야기도 들어보니 김청기감독이 너무 매도되는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김청기감독의 업적은 너무 등한시하고 말입니다.
  • 젠카 2004/08/14 21:11 # 답글

    이십오 님 // 저 역시 어릴적의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분으로 기억을 하고 있죠. 특히 에스퍼맨의 변신포즈를 엄청 따라했다는...

    알트아이젠 님 // 그의 표절작 그 자체에 있어서 사실 별달리 할 말은 없지만, 그 환경속에서 창작물을 꾸준히 했다는 것에 주목하는 이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당시 비슷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수많은 제작사들 중에 하청을 하지 않았던 회사는 김청기 감독의 서울동화가 유일했으니까요.
  • 잠본이 2004/08/15 22:47 # 답글

    김청기감독 뿐만 아니라 당시 애니업계에 대해서 객관적인 자료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이제까지는 그때는 그랬지 수준의 추억담밖에 없어서...

    김청기감독이 만들지 않은 작품까지 그분 잘못으로 도매금으로 모는 건 가장 씁쓸한 일인데, 당시 업계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 않고 단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태도와 다름없기 때문이죠.
  • 젠카 2004/08/16 19:18 # 답글

    잠본이 님 / 동감합니다.
  • blitz고양이 2004/08/16 22:32 # 답글

    일본만화의 여러 로봇들을 모방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이유죠.
  • 젠카 2004/08/17 20:02 # 답글

    blitz고양이 님 / 스폰서의 압력 같은 거 말인가요?
  • 2009/09/16 09:00 # 삭제 답글

    제아무리 꿈과 희망을 주면 뭘합니까 그당시 현실도 이해는 하지만
    누가 봐도 표절이 보이는 작품이랄것도 없는걸 만들어야 했는지
    힘든길을 걸었다는거에는 인정하겠지만 높은평가를 내리기엔 무리가 있는
    어린시절 본 애니가 표절작이거나 일본물이었다는거 알고 감동이상의 실망감을 가진 사람이 과연 저하나 뿐인지
  • sbs2tv 2009/09/16 16:10 # 삭제 답글

    네 쩝같은 당신같은 사람 뿐입니다 그러니까 일본갔다가 여기저기 버림받고 오리알 신세 되지 말고 개념 좀 챙겨서 객관적인 사람이 되세요
  • 2009/09/17 06:09 # 삭제

    개념을 챙겨야 할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겠지
    객관적이란 말을 쓰려면 적어도 당신부터 객관적인 다음에 쓰던가
    덧붙여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면 논리적으로 하던가 니맘대로 소설쓰지 말고
    뭔 일본에서 버림을 받아 -_-;;; 그냥 얼척없다
  • 2009/09/17 06:12 # 삭제

    나이좀 있는 사람들 한테 물어봐라 TV 에서 해준 일본애니 우리껀줄 알고 감동먹었다가 실망한 사람들 거의 대다수다
    그때야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었던때라 그냥 우리말로 나오면 우리껀줄 알았을때였으니 하기사 이런소리해봐야 니가 알겠냐만 -_-;;;;;;;
  • 이해할수없는것 2010/04/13 12:17 # 삭제 답글

    태권V를 디자인도 바꾸고 설정도 바꾸는 등 여러가지를 바꿔서 리메이크를 하려 했다던데

    김청기 감독의 반대로 못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저 소문이라면 몰라도 사실이라면 이해하기 힘들군요
  • 젠카 2010/04/13 14:07 #

    김청기 감독이 반대한 적은 없구요, 그게 저작권문제가 좀 복잡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 난데 2013/04/01 14:37 # 삭제 답글

    김청기는 비난은 둘째치고...존경받지도 못할인물
    우리나라 에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김청기인데..
    정말 한국 애니계 업적이 머가 있나?
    심형래와 우뢰매 따위나 만들면서 .. 셀애니 발전만 더디게 하고 ..
    전체 우리나라 애니계 수준만 떨어뜨리고..
    전부 그뒤에 나온..후배들이 만들어놓았지 않았나?
    궂이 비교 해바야 뭐하겠냐만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비하면
    정말..쓰레기 수준 아닌가..
  • 김청기는 뻔뻔하다 2014/01/03 02:29 # 삭제 답글

    2004년 블로그에 2014년에 댓글을 적는다...

    이 표절꾼 김청기가
    2014년 1월 8일에
    지 작품이랍시고 태권브이로 전시회 한단다...
    가관이다... 이유불문 그의 작품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표절 아닌게 없지 않느냐...
    나 또한 어릴적 태권브이를 사랑했고
    극장가에 걸리는 애니를 부모님 속을 박박 긁으면서도
    찾아다니던 사람이다...
    일본과 문화개방 이후... 그 원작을 봤을때
    내 심정이 어땠는줄 아니?
    마치 마누라의 과거 숨겨진 AV 를 본듯 더럽고 찝찝한 배신감 뿐이었다...
  • 맛달 2017/01/02 12:49 # 삭제 답글

    읽을 가치도 없는 글이다
  • 맛달 2017/01/02 12:49 # 삭제 답글

    읽을 가치도 없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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