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을 기념해서, 따끈한 인터뷰 하나를 번역해봤습니다. 한국에서는 구작 TV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SBS판 주제가 '너에게 가는길'이나 '너와 함께라면'같은 곡이 유명하지만 대원 비디오판과 투니버스판의 오프닝곡인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도 유명하죠. 해당 곡의 원곡을 작사하고 노래한 BAAD의 보컬 야마다 쿄지 씨의 인터뷰가 최근 공개되었습니다. 지금은 음악에서 손을 뗀지 20년이 넘었다는데, 근황올림픽(?)같은 느낌으로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원문은
https://www.news-postseven.com/archives/20221212_1821590.html?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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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지난 12월 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원작 <슬램덩크>는 일본에 농구 열풍을 일으킨 인기 만화로 1993~1996년 TV아사히 계열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도 대박을 터뜨려 주제가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61화까지)'는 지금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4인조 록 밴드 「BAAD(버드)」의 보컬이었던 야마다 쿄지 씨(54) 다. 야마다씨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야마다 씨를 직접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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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작 만화를 그린 이노우에 다케히코 선생님이 각본·감독을 맡는 새로운 <슬램덩크>는 어떤 작품일지…꼭 보러 가고 싶어요. 개봉 직후인 지금은 팬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조금 진정되고 나서 갈지, 시간이 날 때 혼자 갈지 아들과 갈지 고민 중이에요.
성우 교체에 대해서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대담한 일을 하는구나'라 생각했습니다만, 이노우에 선생님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요. 그만큼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일까요. 주제가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가 더 좋았다는 말도 있다고요? 그것참 기쁘네요(웃음). 하지만 TV 애니메이션에서 오래 사용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는 'BAAD'의 세 번째 싱글입니다. 제가 가사와 노래를 맡았습니다.
'BAAD'는 데뷔곡부터 타이업이 붙었고, 이때는 '이번에 애니메이션화되는 인기 만화 주제가로 선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디렉터님이 알려주셔서 바로 서점에 가서 만화를 사서 읽고 곡의 세계를 영상으로 이미지화했습니다. 저는 원래 만화책을 거의 안 봐서 <슬램덩크>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곡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곡에 가사를 붙여 갔습니다. 디렉터님을 통해서 "'뜨거운', '땀'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하는 이노우에 선생님의 요청을 받아, 처음 A 멜로디, 그다음 B 멜로디는 비교적 금방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후렴구인 C 멜로디 가사에 고전했습니다. "이거 어때요?"라며 이것저것 내밀어도 계속 탈락되다가, 디렉터님이 "후렴구 도입부 멜로디에 가사를 더 넣어서 직접적인 가사를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제안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겨우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라는 가사가 만들어졌습니다. 후렴구=노래 제목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정해졌네요.
작사할 때 항상 직접적인 말로 설명하지 않고 영상으로 표현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슬램덩크> 같은 경우, 주인공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가 명랑 활발한 성격인 히로인 채소연(하루코)을 짝사랑했기 때문에 '명랑 활발' 같은 말 대신 '언제나처럼 어깨를 두드린다', '짝사랑' 대신 '얽히지 않는 팔'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근데 항상 짜내듯이 썼어요. 금방 쉽게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잘하진 못했네요.
애니메이션 OP 영상은 어떻게 정해졌는가?
노래가 완성되고 애니메이션이 방송 시작되었을 때는 노래의 세계와 애니메이션이 딱 맞는 것에 '오~!'하고 흥분했습니다. 아마 이노우에 선생님이 가사에 맞춰 오프닝 그림 콘티를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고집이 그 오프닝의 높은 완성도로 이어졌고, 그 덕분에 노래도 오래 사랑받게 되지 않았을까요. 선생님께는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 노래가 매번 나오는 것이 쑥스러워서 TV 애니메이션을 매주 보진 않았습니다.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는 지금도 TV나 라디오에서 농구가 다뤄질 때마다 자주 BGM으로 틀어주셔서 쑥스러워요(웃음).
당시에는 노래가 히트친 덕에 팬레터를 많이 받았죠. 응원 편지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상처 주는 편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편지들은 골판지 상자에 한꺼번에 넣어뒀어요.
인기 음악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TV 아사히 일본계) 등에서 했던 노래도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녹화 전 사회자 타모리씨네 분장실에 인사하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타모리씨로부터 힘내라는 말 정도 들었을 정도로, 딱히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타모리씨는 작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꽤 커 보여서(실제로는 161센티미터) 놀랐네요. 이게 아우라란 걸까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를 1993년 12월에 발매했고, 저는 1995년, 1996년경에 BAAD를 탈퇴했습니다. 절대 멤버들과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제 노래의 기술 면이나 멤버들과 주변 스태프들을 끌어들일 정도의 파워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속사에서 '억지로 같이하는 것보다 탈퇴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그러겠다고 한거죠. 그게 저에게도, 다른 멤버들이나 스태프들에게도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탈퇴 후에는 솔로로 활동하려고 곡을 만들고 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채 1년 만에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연 소멸되었네요. 'BAAD'의 다른 멤버들과 탈퇴 후에는 거의 연락을 안하고 있습니다.
'BAAD' 탈퇴 후에는 음악에서 손을 뗐다.
'BAAD'를 탈퇴할 무렵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먹고 살기 위해 음악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건 아니고요. 'BAAD'에서 활동할 때 동료들끼리 농구팀을 만들어서 놀았는데 그 멤버 중에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아내는 고등학교 때 농구부였는데 저는 농구부가 아니었네요. 하지만 농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주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 입학 직후에 친구와 가입하러 갔었는데, 첫날부터 포기했어요. 그 "공기의자"는 진짜 괴로웠어요(웃음). 그 후 3년간 테니스부, 탁구부에 회원으로만 가입해 둔 상태로 지나가 버렸어요. 고등학교 때는 밴드 활동만 했죠. 하지만 운동은 잘했었어요.
아이는 2명 있습니다. 장남은 26세로 평범한 직장인이고, 둘째 아들은 19살이고 대학생입니다. 둘 다 음악은 안 하는데 취미로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나 봐요.
큰아들은 목소리나 창법도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가족끼리 노래방에 가면 큰아들이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1절을 자기가 부르고, 2절은 제게 마이크를 넘깁니다. 이걸 휴대전화로 녹음해서 나중에 들어보면 누가 누군지 제가 들어도 모를 정도예요.
현재 직업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항상 자정이 지나서야 잠을 자네요. 뭔가 하루를 끝내기 아쉬워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한 손에 맥주를 들고 감자칩을 먹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웃음). 비수기인 지금은 오타니 선수의 동영상을 보거나 합니다. 참고로 오타니 선수의 경기는 총 162 시합 응원했습니다(웃음).
음악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29세 무렵, 한번 결정한 이상 선을 긋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유의해 왔습니다. 주위엔 밴드맨이나 음악가밖에 없어서 '좀 도와주지 않을래?' 등으로 말을 걸어왔고, 마가 끼여서 레코딩이나 라이브 하우스(클럽)에서 노래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거의 거절했습니다.
괜한 어설픈 짓으로 슬램덩크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역시 저 자신이 음악을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비록 한순간일지언정 자랑스러운 일을 했다는 마음은 있지만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불완전 연소로 갈등이 있었거든요.
다만 최근 들어 괴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음악으로 마음이 향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때마침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이 결정되고 다시 음악으로 불려 가는 것 같은 신기한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슬램덩크>와 지금도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감사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은혜를 갚아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말이죠.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로필】야마다 쿄지 / 1968년 6월 14일, 사이타마현 우라와시(현 사이타마시 우라와구) 출생. 4살 위의 형의 영향으로 음악에 흥미를 갖고, 초등학생 때 기타를 시작해, 중학교 시절에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밴드 활동을 하면서 프로 가수를 목표로 보컬 스쿨에 입학. 음악 제작사 겸 소속사 '빙'에 스카우트돼 1993년 4인조 'BAAD'의 보컬로 '어느 때라도 Hold Me Tight'(ZAIN RECORDS)로 데뷔했다. 같은 해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주제가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를 히트시켰다. 1996년 정식으로 'BAAD'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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