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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3 22:08

<슬램덩크> 구 애니판 주제가 부른 보컬 근황. 애니 나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을 기념해서, 따끈한 인터뷰 하나를 번역해봤습니다. 한국에서는 구작 TV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SBS판 주제가 '너에게 가는길'이나 '너와 함께라면'같은 곡이 유명하지만 대원 비디오판과 투니버스판의 오프닝곡인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도 유명하죠. 해당 곡의 원곡을 작사하고 노래한 BAAD의 보컬 야마다 쿄지 씨의 인터뷰가 최근 공개되었습니다. 지금은 음악에서 손을 뗀지 20년이 넘었다는데, 근황올림픽(?)같은 느낌으로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원문은 
https://www.news-postseven.com/archives/20221212_1821590.html?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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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지난 12월 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원작 <슬램덩크>는 일본에 농구 열풍을 일으킨 인기 만화로 1993~1996년 TV아사히 계열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도 대박을 터뜨려 주제가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61화까지)'는 지금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4인조 록 밴드 「BAAD(버드)」의 보컬이었던 야마다 쿄지 씨(54) 다. 야마다씨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야마다 씨를 직접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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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작 만화를 그린 이노우에 다케히코 선생님이 각본·감독을 맡는 새로운 <슬램덩크>는 어떤 작품일지…꼭 보러 가고 싶어요. 개봉 직후인 지금은 팬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조금 진정되고 나서 갈지, 시간이 날 때 혼자 갈지 아들과 갈지 고민 중이에요.

 성우 교체에 대해서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대담한 일을 하는구나'라 생각했습니다만, 이노우에 선생님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요. 그만큼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일까요. 주제가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가 더 좋았다는 말도 있다고요? 그것참 기쁘네요(웃음). 하지만 TV 애니메이션에서 오래 사용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는 'BAAD'의 세 번째 싱글입니다. 제가 가사와 노래를 맡았습니다.

'BAAD'는 데뷔곡부터 타이업이 붙었고, 이때는 '이번에 애니메이션화되는 인기 만화 주제가로 선전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디렉터님이 알려주셔서 바로 서점에 가서 만화를 사서 읽고 곡의 세계를 영상으로 이미지화했습니다. 저는 원래 만화책을 거의 안 봐서 <슬램덩크>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곡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곡에 가사를 붙여 갔습니다. 디렉터님을 통해서 "'뜨거운', '땀' 같은 이미지로 만들어 주세요"라고 하는 이노우에 선생님의 요청을 받아, 처음 A 멜로디, 그다음 B 멜로디는 비교적 금방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후렴구인 C 멜로디 가사에 고전했습니다. "이거 어때요?"라며 이것저것 내밀어도 계속 탈락되다가, 디렉터님이 "후렴구 도입부 멜로디에 가사를 더 넣어서 직접적인 가사를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제안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겨우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라는 가사가 만들어졌습니다. 후렴구=노래 제목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정해졌네요.

작사할 때 항상 직접적인 말로 설명하지 않고 영상으로 표현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슬램덩크> 같은 경우, 주인공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가 명랑 활발한 성격인 히로인 채소연(하루코)을 짝사랑했기 때문에 '명랑 활발' 같은 말 대신 '언제나처럼 어깨를 두드린다', '짝사랑' 대신 '얽히지 않는 팔'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근데 항상 짜내듯이 썼어요. 금방 쉽게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잘하진 못했네요.


애니메이션 OP 영상은 어떻게 정해졌는가?

 노래가 완성되고 애니메이션이 방송 시작되었을 때는 노래의 세계와 애니메이션이 딱 맞는 것에 '오~!'하고 흥분했습니다. 아마 이노우에 선생님이 가사에 맞춰 오프닝 그림 콘티를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고집이 그 오프닝의 높은 완성도로 이어졌고, 그 덕분에 노래도 오래 사랑받게 되지 않았을까요. 선생님께는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 노래가 매번 나오는 것이 쑥스러워서 TV 애니메이션을 매주 보진 않았습니다.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는 지금도 TV나 라디오에서 농구가 다뤄질 때마다 자주 BGM으로 틀어주셔서 쑥스러워요(웃음).

 당시에는 노래가 히트친 덕에 팬레터를 많이 받았죠. 응원 편지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상처 주는 편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편지들은 골판지 상자에 한꺼번에 넣어뒀어요.

 인기 음악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TV 아사히 일본계) 등에서 했던 노래도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녹화 전 사회자 타모리씨네 분장실에 인사하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타모리씨로부터 힘내라는 말 정도 들었을 정도로, 딱히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타모리씨는 작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꽤 커 보여서(실제로는 161센티미터) 놀랐네요. 이게 아우라란 걸까요?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를 1993년 12월에 발매했고, 저는 1995년, 1996년경에 BAAD를 탈퇴했습니다. 절대 멤버들과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제 노래의 기술 면이나 멤버들과 주변 스태프들을 끌어들일 정도의 파워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속사에서 '억지로 같이하는 것보다 탈퇴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그러겠다고 한거죠. 그게 저에게도, 다른 멤버들이나 스태프들에게도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탈퇴 후에는 솔로로 활동하려고 곡을 만들고 있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채 1년 만에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연 소멸되었네요. 'BAAD'의 다른 멤버들과 탈퇴 후에는 거의 연락을 안하고 있습니다.


'BAAD' 탈퇴 후에는 음악에서 손을 뗐다.

'BAAD'를 탈퇴할 무렵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먹고 살기 위해 음악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귄 건 아니고요. 'BAAD'에서 활동할 때 동료들끼리 농구팀을 만들어서 놀았는데 그 멤버 중에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아내는 고등학교 때 농구부였는데 저는 농구부가 아니었네요. 하지만 농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주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 입학 직후에 친구와 가입하러 갔었는데, 첫날부터 포기했어요. 그 "공기의자"는 진짜 괴로웠어요(웃음). 그 후 3년간 테니스부, 탁구부에 회원으로만 가입해 둔 상태로 지나가 버렸어요. 고등학교 때는 밴드 활동만 했죠. 하지만 운동은 잘했었어요.

 아이는 2명 있습니다. 장남은 26세로 평범한 직장인이고, 둘째 아들은 19살이고 대학생입니다. 둘 다 음악은 안 하는데 취미로 노래 부르는 건 좋아하나 봐요.

 큰아들은 목소리나 창법도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가족끼리 노래방에 가면 큰아들이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1절을 자기가 부르고, 2절은 제게 마이크를 넘깁니다. 이걸 휴대전화로 녹음해서 나중에 들어보면 누가 누군지 제가 들어도 모를 정도예요.

 현재 직업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항상 자정이 지나서야 잠을 자네요. 뭔가 하루를 끝내기 아쉬워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한 손에 맥주를 들고 감자칩을 먹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웃음). 비수기인 지금은 오타니 선수의 동영상을 보거나 합니다. 참고로 오타니 선수의 경기는 총 162 시합 응원했습니다(웃음).

 음악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29세 무렵, 한번 결정한 이상 선을 긋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유의해 왔습니다. 주위엔 밴드맨이나 음악가밖에 없어서 '좀 도와주지 않을래?' 등으로 말을 걸어왔고, 마가 끼여서 레코딩이나 라이브 하우스(클럽)에서 노래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거의 거절했습니다.

 괜한 어설픈 짓으로 슬램덩크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역시 저 자신이 음악을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비록 한순간일지언정 자랑스러운 일을 했다는 마음은 있지만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불완전 연소로 갈등이 있었거든요.
 다만 최근 들어 괴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음악으로 마음이 향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때마침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이 결정되고 다시 음악으로 불려 가는 것 같은 신기한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슬램덩크>와 지금도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감사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은혜를 갚아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말이죠.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로필】야마다 쿄지 / 1968년 6월 14일, 사이타마현 우라와시(현 사이타마시 우라와구) 출생. 4살 위의 형의 영향으로 음악에 흥미를 갖고, 초등학생 때 기타를 시작해, 중학교 시절에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밴드 활동을 하면서 프로 가수를 목표로 보컬 스쿨에 입학. 음악 제작사 겸 소속사 '빙'에 스카우트돼 1993년 4인조 'BAAD'의 보컬로 '어느 때라도 Hold Me Tight'(ZAIN RECORDS)로 데뷔했다. 같은 해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주제가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를 히트시켰다. 1996년 정식으로 'BAAD' 탈퇴.


2022/05/30 09:40

20220530 감사일기 일상을 끄적임

2시41분 취침, 8시 46분기상 총 6시간5분 수면

음 졸리거나 많이 피곤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개운하지도 않습니다. 침실 문을 환기 때문에 열어뒀더니 빛이 많이 들어와서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아 어제 너무 먹고 잔 탓도 있겠지요. 조금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막 하루가 설레거나 그렇진 않네요. 그래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질거고 차차 박사논문을 비롯한 여러 과제들이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해결안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잘못될 수는 없겠지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뭐든지 하는 게 나아요. 연구에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참 없을 때가 많지만 결과는 생각보단 괜찮았어요. 그렇다면 나도 괜찮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내가 생각한 것만큼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겠네요.

일단 목표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달성을 못하더라도 너무 상심말고 목표를 조금 수정해서라도 자기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죠.

오늘은 오전 중에 설거지랑 집안일 조금 하고, 공부도 조금하고 혈압병원도 알아보고 하겠습니다.

2022/05/28 14:37

20220528 감사일기 일상을 끄적임

오늘부터 감사일기 공개로 써보려고 합니다. 보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취침 2시56분  기상 9시 26분   총 수면시간 6시간 30분

집안일 2시간 개인시간 1시간 공부시간 3시간으로 하루 매일 충실히 살려고 하지만 이게 잘되려면 멘탈관리, 체력관리 등이 종합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수요일 면담 이후 멘탈을 추수르기가 쉽지 않고 최근 꽤 자신감을 찾았던 박사논문 집필에서 다시 예전처럼 불안감이 엄습해 옵니다.

일단 시간 관리를 잘해야 겠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 7시간
개인시간 1시간
집안일 2시간
공부 3시간
식사 3시간
이동시간 1시간

이렇게만 충실히 살면 성공이라고 목표설정해 두고 있습니다.

다 합치면 17시간이죠. 24시간에서 17시간을 빼면 7시간이나 남습니다.

이 시간은 딴생각하기 인터넷보기 등으로 쓰기 마련인데 제 이상향은 저 시간 빡세게 하고 나머지는 편한 마음으로 딴 짓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는 딴짓하는 데 시간을 더 보내서 저 최소 17시간을 제대로 못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도

대략 9시 30분 기상
지금까지 4시간 반 지남
그 중 1시간 반 일하고 1시간 식사

이 중에서도 1시간 반 정도는 딴생각이나 애매한 거 한다고 보내버린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시간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사람이 완전 밀도있게만 살면 쉽게 지쳐버리니까요. 그럼에도 노는 시간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건 막아야겠지요. 

먼저 노래 연습을 좀 자제해야합니다; 이거 하면 끝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버리니...
또 과한 낮잠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이건 좀 복합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체력문제 멘탈문제가 섞여 있어서... 일단 밤잠을 충분히 잘 자둬야 하고 과식을 안해야 합니다. 일단 5분 명상 체크할 때 졸리면 딱 10분 자보고 그래도 졸리면 커피 등으로 깨워봅니다.

지금 시간이 2시반이나 2시 45분부터 연구모드에 들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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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연구시간은 다 채웠습니다. 그 채운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일단 오늘은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잘 수 있을 것 같네요. 내일은 교회에 갑니다. 국제그리스도교회 한국어예배에 참석해보려 합니다. 그 전에 일찍 일어나서 먼저 설거지를 하고 1시간정도 작업하고 가는 게 목표입니다.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길!

2021/05/18 22:44

여자친구 해체에 부쳐 음악 나눔


실검순위에 여자친구가 뜨는 거 보고 신곡이 나왔나 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걸그룹 여자친구가 해체한다는 소식이었다.

난 나름 1세대 아이돌 세대인데 당시 주변 애들이 좋아하던 S.E.S나 핑클을 별로 좋아해 본 기억이 없다. 원더걸스랑 소녀시대가 한창일 때도 소녀시대 쪽이 좀 더 취향이네 정도의 감상은 있었어도 딱히 진짜 좋아해본 적은 없다. 그냥 관조적인 관심정도랄까. 아이유가 3단 고음으로 뜰 때도 잠깐 좋아하는 척은 해본적 있지만 그게 계속 이어지진 않더라.

여자친구는 비록 길지는 않더라도 잠깐이나마 여돌을 진짜 좋아해 본 유일한 경험을 주었다. 잠깐이라고 한 건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다. 평소 최신 유행하는 곡들을 파악하기 위해 멜론으로 상위 순위권에 든 곡이나 급상승 중인 곡들을 무작위로 듣는데, 처음으로 인상에 남은 곡이 "너 그리고 나"였다. 미묘하게 90년대 제이팝 같은 느낌에다 중간에 기타솔로가 들어가는 게 신선했다. 그리고 내게 결정적으로 꽃힌 곡이 런닝 머신을 타다가 우연히 들은 "밤"이었다. 전혀 케이팝 스럽지 않은, 어떤 면에선 애니송같았는데 나중에 찾아 본 그 특유의 안무까지 너무 충격적이었다.

뒤늦게 여자친구에 관심이 생겨 지나간 곡들을 찾아 들으며 똑같은 곡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제일 좋아하는 곡(안무포함)은 "시간을 달려서"랑 "밤"이다. 노래에서 안무까지 거의 완벽하다. 몇번을 반복해서 보며 소름 돋아했는지... 특히 시간을 달려서 마지막에 한
걸음씩 순서대로 나오는거랑, 밤에서 태양계 춤. 그리고 내가 걸그룹 얼굴 구분을 거의 못하는데(사실 별 관심도 없...) 처음으로 검색해가며 얼굴을 구별하려고 노력까지 했다. 때마침 당시 일본 데뷔까지 결정되어 학생들에게 한국어 학원에서 소개도 해주고... 그리고 처음 들어본 감정인데 가끔 악플다는 애들에게 재악플(?)을 달고픈 충동을 겪어보기도 했다(물론 달진 않음).

사실 이 감정이 그리 길게 가진 않았다. 딱 그 해 여름에 나온 "여름여름해"이 나오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엄청 기대를 갖고 들어본 "여름여름해"는 내가 느끼기엔 여자친구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곡이었다. 이후 좀 나아지긴 했지만, 뭐랄까 내가 느끼던 그 벅차고 중2병스러우면서도 시적인 가사에 애니송같은 멜로디가 느껴지지 않았달까 ㅠ 

여자친구에 대한 관심은 처음엔 음악에서 시작해서 안무, 그리고 사람에게 이어졌던 조금 특이한 케이스였다. 그 여자친구가 너무 갑작스럽게 해체선언을 해서 놀랐다. 그래도 꾸준히 계속해 줬으면 했는데... 걸그룹은 오래가기가 이렇게도 힘든가. 암튼 기록차원에서 남겨둔다.

2021/03/26 11:53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성장하지 않는 오타쿠와 성장한 오타쿠의 수용방식 애니 나눔

우네 츠네히로의 <젊은 독자를 위한 서브컬처론 강의록>을 읽다보니 든 잡상을 기록. 이번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의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쓰고나니 어그로성 글이 되어 버렸지만...

이번 <신극에바>가 공개되고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잘 끝났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 특정 캐릭터들의 커플링이 마음에 안든다고, 온라인상에 폭언을 퍼붓고 있는 층도 있다. 전자라면 비오타쿠, 후자라면 오타쿠라는 식으로 장난삼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진지하게 오바하면 전자는 인생의 여러 관문을 겪으며 성장한 사람, 후자는 아직 성장하지 못한 사람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이번 <에바>는 청소년기에 <에바>를 접해 여러 산전수전을 겪어 어른이 된 이에게 여러의미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거라 본다.

오타쿠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일반적으로 한가지 특징을 든다면 보통은 어린애들 용이라 생각되는 콘텐츠(만화, 애니, 특촬, 게임 등)를 성인이 되어서도 즐기는 층을 말하기도 한다. 몸은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는데 정신은 어린시절, 청소년시절 그대로라 어딘가 미성숙한 어른같다. 우노 츠네히로 같은 경우는 이러한 오타쿠 문화의 특징을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빗대기도 한다. 즉 경제(몸)는 성장했는데 정신(사상, 내면)은 12세소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성장을 말하지만 실제론 어린아이 상태로 머물기를 바라는 일본 아이돌 문화와도 연결된다. 이를 소비하는 오타쿠들은 작품들을 반복해서 보며 현실에서 눈을 돌려 영원히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 머물고자 한다. 여기서 성장이란 자신과 가족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현실에 충실한(리얼충) 삶의로의 이행을 뜻한다. 

<에바:Q>를 보면 구작 <에바>에는 없었던 새로운 설정이 나온다. '성장하지 않는 육체'가 그것이다. 에바를 타는 파일럿들은 '에바의 저주', '에바의 주박'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육체가 14세 소년, 소녀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다. '에바의 주박'을 메타적으로 해석하면 25년이 지나도록 <에바>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주변을 서성거리는 팬들과 감독 자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산업적 요인 때문에 끝없이 같은 세계를 루프하는 일본의 장수 애니메이션들-<사자에상>,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명탐정 코난> 등등-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낚시성 글로 <짱구> 마지막편 같은 게 인터넷에 도는 데 그런 작품들은 어김없이 성장한 짱구를 그리고 있다는 게 상징적이다. 즉 이 같은 작품들의 캐릭터들이 진짜로 성장해 버리면 작품 자체가 끝나는 거다.

<신극에바>를 보고 <에바>가 끝났다고 느끼는 감정이 드는 이유는 모든 캐릭터들이 내외적으로 "진짜로"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 신지는 구작 <에바>처럼 자기계발세미나 같은 독백을 하지 않는다. 주변의 조언을 듣고, 받아들이고, 절망 중에 일어나서 정면으로 현실을 마주한다. 구작 <에바>의 신지가 "어쩌다 보니" 세계의 신이 된 반면에, <신극에바>의 신지는 "확고한 자아를 갖고" "스스로" 세계의 신이 된다. 쿠로레이나, 아스카도 자신의 몸에 선재된 프로그래밍에 저항하는 선택을 하면서 뚜렷한 자아로 자신의 길을 간다. 겉으로만 어른이었던 미사토도 구작의 최후와 다른 방식으로 모두와 화해하고 마음의 결정을 다진 이후에 끝을 맞이한다. 아이다 켄스케는 중학생 때의 밀덕 모습이 싹 사라지고, 마을사람들을 위해 그 방대한 지식을 책임지고 활용한다. 토우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듬직한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려나간다.

이러한 장면이 소위 성장하기를 거부하는 오타쿠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을 거다. 그들은 여전히 멋진 에바들이 끊임없이 사도를 무찌르는 세상, 그 와중에 중학생 캐릭터들이 사랑싸움하는 그런 그림을 무의식중에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성장하기를 선택한 (구)오타쿠들은 주인공들의 어른스런 모습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을 투영하게 된다. 구작 에바를 보던 청소년들이 어느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현실에 책임을 지게 되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청소년기를 겪었던 캐릭터들이 나와 비슷하게 성장해서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아 잘 살고 있구나." "이제 놓아줄 수 있겠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난 이번 <신극에바>전 시리즈는  모든 캐릭터들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창작자인 안노 자신의 변화와 성숙에 대한 답변인 것으로도 읽힌다. 그래서 어른이 된 그들과 이제 "작별"할 수 있다.

결국 신지도 어른이 되었다. 영원한 히키코모리 같았던 애가 직장도 다니고(아마?) 여친도 사귀면서 닭살 돋는 짓을 한다. 관객도 어른이 되었다. "아이고 우리 신지가 어느새 ㅎㅎ"라는 생각이 들면 본인도 성장한 것이다. 반면 "나의 에바는 이렇지 않아"를 외치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에바의 주박에 계속 빠져있고 싶은 사람들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대지만, 결국은 에바가 진짜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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